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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재단 모금' 대기업들 여전한 침묵…정경유착 의혹 고조

입력 2016-11-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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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재단 모금' 대기업들 여전한 침묵…정경유착 의혹 고조


'최순실 재단 모금' 대기업들 여전한 침묵…정경유착 의혹 고조


'최순실 재단 모금' 대기업들 여전한 침묵…정경유착 의혹 고조


'최순실 재단 모금' 대기업들 여전한 침묵…정경유착 의혹 고조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검찰 수사망이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재벌 기업들은 대체로 최순실 게이트와 선을 그으면서 최씨 관련 재단에 단순히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으로 지목된 최순실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기업들에 강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기금을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온나라가 들끓는 상황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중심으로 한 재계의 계속되는 침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들 "단순 기부금"…모금 창구 의혹엔 묵묵부답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미르재단에 486억원, 19개 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단기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이 박 대통령의 비선 측과 기업들 사이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그간 언론에 다수 보도됐다.

당초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기업들이 스스로 모금활동을 벌인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꿔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한 비선의 압박을 받았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전경련은 창립 이래 '살아있는 권력'과의 유착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전경련은 지난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 모금을 비롯해 2011년 기업별 로비대상 정치인 할당 문건 사건, 2012년 국회의원 자녀대상 캠프 추진 등의 논란을 빚으며 수차례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전경련은 또 1995년 재벌총수들의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제공, 2002년 불법 대선자금(일명 차떼기 사건) 사건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뒤 쇄신과 재발 방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편법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재계의 도를 넘은 정치 편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실련은 얼마 전 삼성과 현대차, LG, SK, 롯데, 한화 그룹을 상대로 전경련을 둘러싼 어버이연합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 의혹에 관한 견해를 묻고 탈퇴 의향을 물었다. 전경련을 탈퇴하지 않거나 해체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될 경우 쇄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혀줄 것도 질의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대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마련한 전경련이라는 단체가 도리어 부당한 자금 출연을 압박하는 창구가 됐다면 뭔가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실련 판단이었다. 대기업 등 회원사들이 매년 전경련에 내는 회비 총액은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전경련을 동원해 대기업에 미르재단 설립 기금을 강제 모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기가 막힌 일"이라고 탄식한 일도 있었다. 문예위 위원인 박 회장은 이 회의에서 "(정부가)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억~460억을 내는 것으로 해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전경련의 공개질의 답변 시한인 지난 1일까지 공식·비공식의 어느 방법으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경실련은 3일 6개 그룹을 상대로 내용증명 형태의 재질의를 진행, 11일을 기한으로 전경련에 대한 견해를 밝혀줄 것을 촉구한 상태다.

◇'대가성' 기부금 의혹 고조…금융권으로 확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내놓은 자금이 세무조사 편의, 수사 무마, 특별사면 등의 편의를 위한 일종의 보험성 기부금이 아니었냐는 의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당초 밝힌 기업들의 '자발성' 부분이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닐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안 전 수석을 만나 K스포츠재단에 대한 수십억원대 투자를 논의하면서 '세무 조사 편의'를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자리에서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이 최순실 씨의 지시에 따라 부영그룹에 70~80억원대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이중근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다만 현재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세무조사 편의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씨가 조건이 붙는 투자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주면서 이 거래가 실제 성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경우 최씨 측이 꾸린 재단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20)씨에게 직접적인 금품을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씨 모녀의 스포츠 컨설팅 회사와 명마 구입, 관리 등 목적으로 약 3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나미 계열사를 통한 독일 승마장 구입을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최씨 모녀를 지원한 시점이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실련은 언론보도 등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지난해 9~10월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문제로 시끄러웠던 기간"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기간이었던 지난해 9~10월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계열사 동원,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이례적인 방식으로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지분 다툼을 벌인 끝에 찬성 69.53%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롯데그룹은 대규모 검찰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롯데는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 70억원을 냈다가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이미 지난 1월 K스포츠재단 출범 당시 17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상태였다.

SK그룹에 대해서는 오너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후원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포스코와 한화, CJ 등도 검찰 수사와 사면 등 청와대에 요구할 사안이 있었던 상태다.

금융 대기업 가운데서는 KEB하나은행의 특혜 의혹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8일 압구정중앙점에서 정씨와 공동명의인 강원도 평창에 있는 10개 필지를 담보로 지급보증서(보증신용장)를 받은 뒤 약 3억2000만원 상당의 유로화를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이 독일법인을 이용해 최씨의 자금세탁을 도왔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하나은행은 정상적인 거래였고 전례 없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편법과 변칙적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번 사태가 국정농단, 정경유착과 함께 '정금유착'으로까지 발전했을 수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won@newsis.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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