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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한국, 인터넷 발달했지만 성 인식 미흡해 디지털 성범죄 만연"

입력 2021-06-16 12:04 수정 2021-06-16 14:42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
수사·사법당국 2차 가해도 지적
지나치게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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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보고서
수사·사법당국 2차 가해도 지적
지나치게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

"어느 날 직장 상사가 시계를 선물해줬어요. 처음에 침실에 시계를 놓았어요. 이후 위치 옮기자 상사가 갑자기 원치 않으면 시계를 되돌려 달라고 했어요. 이상해서 알아보니 몰래카메라 달린 특수 시계였어요. 한 달 넘도록 방 안에 있는 제 모습이 전송되고 있었던 거예요." -이예린(가명) 씨의 인터뷰

휴먼라이츠워치 온라인 기자회견.휴먼라이츠워치 온라인 기자회견.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여성 12명과 피해자의 가족, 정부·민간 전문가 등을 심층 인터뷰해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불법촬영으로 기소된 사건은 10년 사이 11배 늘어났습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유독 많은 이유에 대해서 윤리나 연구원은 "인터넷 등이 발달했지만 성 평등 인식은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리국 임시 공동디렉터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리국 임시 공동디렉터

보고서에 나온 피해자들은 대부분 경찰이나 사법 기관에서 2차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습니다. "500만원도 안 되는 벌금을 받을 건데 기소를 하겠습니까?" 묻는 검사, "이 일로 신체적인 피해를 받았나요?" 묻는 경찰 등 대응 과정에서 위축되고 상처를 받는다고 털어놨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대응 과정과 더불어 처벌 수위도 지적했습니다. 헤더 바 공동디렉터는 "가해자가 받는 처벌이 생존자가 겪는 피해 수준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가해자에게 선고되는 형량이 대부분 지나치게 낮아 생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게 하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에도 이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체는 먼저 수사 및 사법 당국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근본적으로는 광범위한 성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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