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기부처 믿고 맡길 수 있을까'…꽁꽁 언 사랑의 온도

입력 2017-12-21 11:56

사회 신뢰성↓ 기부문화에 찬바람…전국 동기 대비 30%가량 부족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사회 신뢰성↓ 기부문화에 찬바람…전국 동기 대비 30%가량 부족

'기부처 믿고 맡길 수 있을까'…꽁꽁 언 사랑의 온도


직장인 김모(41)씨는 올해 초 국가기관에서 받은 상금 100만원을 '나눔'에 쓰고 싶었다.

김씨는 그러나 한동안 기부처 결정에 골머리를 앓았다. 사회복지단체들의 잇따른 성금 유용사건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결국 '혹여나 하는' 마음에 지방자치단체에 상금을 기탁했다.

김씨는 "기부금이 정말 의미 있는 데 쓰인다면 쌈짓돈이라도 내놓겠지만 이젠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자들이 성금이 목적대로 쓰이는지를 고민한다면 이는 신뢰를 잃은 사회복지단체들이 심각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함께 각종 기부금 비리까지 겹치면서 세밑 나눔 문화가 급랭하고 있다.

모금함을 향한 싸늘한 시선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희망 2018 나눔캠페인' 23일째인 20일 현재 모금액은 1천396억원으로 목표액(3천994억원)의 35% 수준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캠페인 총 모금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2015년에는 캠페인 21일째 사랑의 온도가 47.3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22일째에 44.9도였다.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21일 현재 지역별로 보면 서울 34.4도(현재액 169억원·목표액 492억원), 대구 44.8도(41억원·92억원), 광주 45.9도(23억원·51억원), 울산 55.8도(38억원·69억원), 충북 41도(27억원·66억원), 충남 38.2도(63억원·167억원), 전북 30.9도(23억원·74억원), 경북 35도(50억원·145억원), 부산 34.3도(43억원·152억원) 등이다.

인천 24.5도(17억원·72억원), 대전 25.5도(15억원·59억원), 경기 24.5도(77억원·316억원), 전남 27.1도(26억원·97억원), 경남 21.5도(20억원·92억원), 강원 24도(23억원·97억원), 제주 24.1도(10억원·44억원), 세종 27.7도(2억원·10억원) 등 8개 광역자치단체의 온도는 30도를 밑돌았다.

이같이 기부 손길이 줄어든 데는 기부 관련 비리가 큰 몫을 했다고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기부 포비아(공포증)'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올해 터진 이영학 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길게 보면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성금 유용사건,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국가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이 '신뢰'가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선 기부문화가 축소하는 현실이 안타까운데 최순실과 이영학이란 미꾸라지 두 마리가 완전히 흙탕물을 만들었다"며 "국민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어루만지고 결국은 기부금이 제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기부단체와 정부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기부단체는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특징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소시민의 소액 기부"라며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모금기관에 기부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소규모 기부단체도 중요한 만큼 소규모 기부단체가 서민과 밀접한 복지활동을 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내가 낸 기부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것을 보여줘야 기부 문화가 확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불신 현상에 대해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들은 손 내밀어 줄 곳 없이 현재 상황이 반복된다는 절망감에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면서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회적 연대를 당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공동모금회의 관리운영비 비율은 작년 기준 6.1%로 1만원을 내면 600원 정도가 운영비로 쓰이는 격"이라며 "국내 주요 모금기관의 관리운영비 15.2%에 비하면 최저 수준인 만큼 기관을 신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이영학 사건 여파?…사랑의 온도 아직 '싸늘' '27년 전 김밥 할머니처럼'…성옥심 여사 충남대에 5억 기탁 유기견·장애아동도 웃게 만든다…기부의 유쾌한 변화 한전, 포항 지진피해 성금 5억원 전달 평생 모은 7천500만원 지진 성금으로 내놓은 80대 할아버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