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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논란' 자초한 축구협회의 어설픈 행정

입력 2012-08-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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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논란' 자초한 축구협회의 어설픈 행정


대한축구협회가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벌어진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대한 사태 수습 과정에서 어설픈 행정적 대처로 국민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박종우는 지난 11일 일본과의 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을 마친 뒤 동메달이 확정되고 나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관중석에서 받아 들고 그라운드를 뛰었다가 '정치적 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메달 수여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IOC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청했고, FIFA는 축구협회에 지난 16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통보하면서 김주성 축구협회 사무총장이 직접 FIFA를 방문해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과성' 공문을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사실이 알려져 축구협회는 스스로 국민적 비난에 봉착하고 말았다.

◇비난 자초한 축구협회의 '저자세 외교'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이름으로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에 '올림픽 축구 경기 직후 비스포츠적인 축하 행동(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 after Olympic football match)'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축구협회는 박종우의 행동이 의도한 것이 아닌 즉흥적이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일본축구협회에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장이 일본 취재진에 "조중연 회장 명의로 '미안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사죄와 재발방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이메일과 팩스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축구협회의 저자세와 '굴욕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일본 언론의 보도로 비난 여론이 일자 축구협회는 '사과(apology)'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유감(regret)'이라는 말을 썼다면서 일본 언론의 오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문서를 공개하라는 언론의 요청에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버텼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 제출한 공문이 언론에 유출돼 망신살을 자초했다.

특히 공문에는 '비스포츠적인 축하 행동(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이나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Cordially convey my regrets and words)',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공식 경기에 나서는 선수단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겠다' 등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을 많이 포함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일본축구협회에 공문 보낼 필요가 있었나?

대한축구협회는 FIFA의 보고서 제출 요청을 받고 김주성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경기 당시 동영상과 사진 등의 자료를 들고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FIFA의 상벌 담당부서 관계자를 만나 해명을 했다.

축구협회는 이와 별도로 혹시나 생길지 모를 일본의 '발목 잡기'를 미리 막자는 의도로 일본축구협회에 '사과성 공문'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문 발송 자체가 불필요했다는 게 축구인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마저도 축구협회 측에 "이번 사건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FA에 관련된 사안이지 일본축구협회와는 상관없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일본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냈고, 공문 내용이 공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저자세 굴욕 외교'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축구인들도 이번 세리머니의 '정치적 행위' 여부는 FIFA에서 결정할 사항인데 축구협회가 불필요한 공문을 보냄으로써 일본에 박종우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꼴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축구협회 내부 조율 기능 '낙제점'

무엇보다 이번 공문 발송이 축구협회 내부의 조율 없이 이뤄졌다는 게 안타깝다.

공문 발송은 김주성 사무총장이 결정한 뒤 조중연 회장의 재가를 통해 일본축구협회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문 발송에 대해 축구협회 고위 간부들 대부분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취재진과 가장 밀접한 축구협회 홍보국조차 언론에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공문의 존재를 알게 됐고, 김 사무총장이 직접 FIFA를 찾아가 설명한다는 내용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 정도로 내부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특히 FIFA 부회장을 오래 지낸 정몽준 명예회장조차 공문 발송은 물론 김 사무총장의 FIFA 방문을 전혀 알지 못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국회 문방위에서 "모든 책임은 회장에게 있다"며 사과의 말을 했지만 퇴진해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지금은 박종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해 당분간 회장 퇴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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