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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용 필러, 골반에 넣어 '피부 괴사'…태국 원정 성형의 '덫'

입력 2020-04-22 21:16 수정 2020-04-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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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 원정 성형수술 광고들,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가 있지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성형 효과도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단 얘길 듣고 태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에 부작용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저희가 만났습니다. 얼굴에 써야 하는 약품을 골반에 넣어서 피부가 썩고 구멍까지 난 피해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상을 받는 건 또 쉽지가 않습니다.

먼저 전영희 기자입니다.

[기자]

골반 부위에서 고름이 흘러나옵니다.

[피해자 A씨 : 아 어떡해. 아 어떡해. 아 몰라 어떡해.]

피해자 A씨는 2017년 태국에서 성형 수술을 받았습니다.

[피해자 A씨 : 홍보성 글들이 되게 솔깃한 글들이었고…]

하지만 염증이 생기고 피부가 썩는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피해자 A씨 : 아예 살이 그냥 이렇게 파였어요. 아예 없어졌어요. 손 닿으면 쑥 들어가고…]

A씨는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6개월 넘게 입원해야 했습니다.

수술 당시 투입된 필러를 제거하고 세포를 되살리는 수술도 수차례 받았습니다.

치료비가 1억 원이 넘지만, 보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2016년 태국에서 골반 성형 수술을 받았습니다.

피부가 썩는 부작용으로 골반에 큰 구멍이 났습니다.

[피해자 B씨 : 흉이 남을까 봐 걱정돼서 수술하기 싫다니까 (의사가) 다리 절단할 수 있다고…]

A씨와 B씨 모두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피해자 A씨 : 그 죄책감에 병원에 있는 동안에 왜 나만 이럴까? 몸상태가? 내가, 나는 왜 이럴까? 이거에 너무 시달렸어요.]

두 피해자는 '폴리아크릴아마이드'란 성분의 필러 주사를 골반에 수백cc 이상 맞았습니다.

국내에선 얼굴에만 소량 쓰도록 허가된 성분입니다.

[박영진/성형외과 전문의 : 혈액순환 자체를 막아버리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해버리기 때문에 피부만 괴사되는 게 아니고 밑에 있는 연부 조직까지 싹 괴사가 됩니다. 죽는단 소리죠.]

성형 카페와 블로그에도 태국 성형 부작용 피해 사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해 이겨도 보상받기 쉽지 않습니다.

[신현호/의료전문 변호사 : 태국 법원이 태국 법과 우리나라 법의 차이가 날 때는 바로 승인 안 해주고 또 (현지에서) 소송을 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 원정성형 부추긴 브로커…수술비 받고 '80억 환치기'까지

[앵커]

이렇게 피해자들이 태국으로 가기까지에는 수술의 효과를 부풀리며 부추긴 브로커가 있습니다. 한 브로커는 수술비를 태국 병원이 아닌 자기 가족의 계좌로 받으면서 80억 원이 넘는 불법 외환 거래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계속해서 전영희 기자입니다.

[기자]

태국 원정 성형 브로커 송모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송모 씨/태국 원정 성형 브로커 : 이 보형물 같은 경우에는 엉덩이에서 골반 쪽으로 최대한 옆쪽으로 삽입을 해서 이쪽은 엉덩이 볼륨을 보완하고…]

구체적인 설명과 홍보에 일부 피해자들은 송씨를 의사로 알았습니다.

[상담 경험자 : 의사인 걸로 알고 있었어요. 노트북으로 보여주셨을 때 이거는 우리 병원에서 한 겁니다. 이렇게 해서.]

송씨는 소셜미디어에서도 태국 원정 수술을 적극 광고했습니다.

[피해자 C씨 : 나도 '내가 저렇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는 거예요.]

부작용을 일으킨 필러에 대해선 "한국에선 수입이 되지 않고 유럽과 미주, 태국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호균/의료전문 변호사 :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이 아니면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남 중원경찰서는 이달 초 송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송씨는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이미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술비 등을 태국 병원 계좌가 아닌, 자신의 국내 가족 계좌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세관 조사 결과 송씨가 불법으로 외환을 거래한, 이른바 '환치기' 규모만 80억 원이 넘습니다.

송씨는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현지 병원에 정식 고용된 통역 직원으로, 부작용은 사전에 고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송모 씨/태국 원정 성형 브로커 : 한국법상 의료 잘못이라고 하니까. 처벌을 받을 게 있으면 처벌을 받고 가겠습니다.]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선 "환치기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손건표 / 영상그래픽 : 박경민·이정신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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