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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주민 의견 무시한 '핫플'…명소만큼 뜨거운 '갈등'

입력 2020-11-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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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무도 가지 않는 호젓한 숲길.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오래된 거리.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을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위안을 주지만 누군가는 불만을 얘기합니다. 특히, 거기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갑자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 길을 놓고 새로 건물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더 뜨거운 갈등을 빚는 전국의 명소들을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전남 나주의 한 마을입니다.

입구부터 수목원 때문에 원주민들이 다 죽겠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요.

수목원을 가는 길이라는 표시와 함께 400m를 더 가야 한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다소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 바로 진입하다 보니, 이 좁은 농로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입 금지 표시를 무시한 채 농로를 통해 진입하는 차량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를 줄지어 들어갑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들과 맞물리기도 하고, 농사를 지으러 오가는 주민들은 이런 차들을 피해 다닙니다.

모두 수목원을 가는 방문객 차들입니다.

[채정자/주민 : 아이고 날이면 날마다 아주 죽겠어. 여기서 저 동네 가려면 몇 번씩 내렸다가 타고 그러고 다녀.]

[이영고/주민 : 우리는 쉽게 말해서 저 수목원한테 길을 뺏겨버린 거죠.]

진출입로를 따로 안내하고 있지만, 차들이 이 길로 다니는 이유는 내비게이션 때문입니다.

[박경휘/전남 나주시 : 들어오면서 미안하긴 했어요. 내비게이션 찍고 왔어요. 초행이라 한 번도 안 와 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왔어요.]

매년 20만 명 이상 은행나무길과 수목원을 찾고 있지만 농로를 피할 수 있는 진입로 공사는 올해서야 부랴부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길을 내달라는 민원을 무시해온 탓이라는 볼멘소리가 수목원 측과 주민들 양쪽에서 모두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진철/주민 :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사업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이렇게 많음에도 나주시에서 이걸 허가를 내줬잖아요.]

[나주시청 : 도에서 (수목원) 등록해주면서 진입로 부분이든 제반 사항에 대한 것은 도에서 판단해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등록해줬을 거예요.]

[수목원 운영자 : 무료다 보니 더 많은 분이 오신 것도 있고 대처가 미흡했던 것도 인정하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주민들께 말씀드렸는데…]

도로 양쪽으로 재개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담은 현수막들이 즐비합니다.

대전 소제동의 철도관사촌입니다.

대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 지난 2009년 재개발 지역으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재개발 추진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살던 주민들이 떠나고 빈집들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들어오며 달라졌습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하며 연간 50만 명이 찾는 대전의 명소로 탈바꿈했습니다.

덩달아 땅값이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멈춰있던 재개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찬반 의견이 맞서게 된 겁니다.

[송규철/재개발 찬성 주민 : 보상을 받으려고 그래. 그래도 한 2천만원 받거든. 그걸 받으려고…]

[김승국/관사촌살리기 운동본부 회장 : 어떻게 해서든 전체 다 살리려고 하는 거예요. 대한민국 근대문화의 유산이라는 거죠. 그 역사를 왜 없애려고 하냐는 거예요.]

원래 이쪽으로 4차선 도로가 지나가게 될 예정이었지만, 관사촌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하자는 단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로 하면서 일부는 남게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재개발이 진행된 이후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걱정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임윤수/관사촌살리기 운동본부 팀장 : 공원으로 조성해 대전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승인이 난 건데 공원이면 활용 방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박제화된 공원으로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전쟁기념관 앞에 있는 오래된 탱크 가져다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나들이 명소로 이름을 알린 경기도 여주시의 강천섬엔 최근 공사가 한창입니다.

맘스아일랜드라는 산모 태교 등 교육 시설을 짓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전진성/경기 수원시 : 자연친화적인 동네인데 현대화 건물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좀 경관이나 그런 거 봤을 때 부자연스럽지 않나…]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시에 중단을 요구했지만 시는 예산까지 배정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필/강천면주민자치위원장 : 주민들은 대부분 거의 필요 없는 시설이다라고 생각하고 현재 동부교육센터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을 잘 가꿔나가기 위해선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들과 관련 단체 등 민간의 의견이 중요하죠.

지지체가 개발계획을 세우거나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 이러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해 일을 그르친 사례는 지금까지 너무 많았던 만큼 앞으론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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