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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택배노동자 마지막 육성 파일엔…병상에서도 택배일 걱정

입력 2020-07-08 20:42 수정 2020-07-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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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달을 하던 중에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한 택배 노동자가 지난 5일에 숨졌습니다. 택배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숨진 건 확인된 사례만 올해 세 번째입니다. 노조와 유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과로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JTBC가 확보한 음성 파일엔 병상에 누워서도 택배 일을 걱정했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이수진 기자]

숨진 택배 노동자 서모 씨는 지난 3달 동안 한 달 평균 7000개, 하루 평균 280개 넘게 배달해야 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 물량의 1.5배 정도 수준입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택배를 배송하던 중 가슴 통증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곧바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긴급하게 심장 수술을 받고 정신을 차린 서씨는 병상에서 다시 택배 일을 걱정했습니다.

[고 서모 씨/누나 통화 내용 : (택배하는 건 회사가 좀 알아서 해야할 거 같던데) 사람을 대든지 해서… 내가 옆에는 있어야지. 조금이라도 수익이 있어야지, 내가.]

서씨 대신 택배 물량을 채울 대체 인력을 구하고, 본인도 다시 일을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통화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이 폭증해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서씨의 설명도 담겼습니다.

[고 서모 씨/누나 통화 내용 :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병원 가고) 이번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바로 병원에 갔을 텐데. 그때부터 일도 많이 바빠지고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 통화가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사흘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씨가 일했던 A택배회사 관계자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라 충분히 자기가 알아서 쉴 수 있다"며 "서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택배노조는 회사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태완/전국택배연대노조 : 성실히 땀흘려 일했는데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정부와 택배사들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아파도 참는 택배노동자…"대체인력 쓰면 자비 부담"

[앵커]

아파도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참아야 했던 사례가 또 있습니다. 울산에선 일하던 택배 노동자가 쓰러졌다가 시민들에게 구조됐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일을 쉬면 대체 인력을 구하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조소희 기자]

경남 울산광역시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 양일도 씨입니다.

양씨는 지난 3일 도로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가 시민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양일도/울산 택배노동자 : 빈혈이 심하니까 일주일 동안 쉬어라 이런 소견서가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일주일 동안 쉬게 되면 그 돈이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택배기사는 각 지역 택배 대리점과 택배 계약을 맺습니다.

이 택배 대리점이 택배회사 본사와 다시 계약을 합니다.

각 계약은 일정 수량의 택배 수량을 책임지고 배달하겠다는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택배 기사는 다치거나 아파서 쉬게 되더라도 할당된 택배 배달을 끝내야 합니다.

아프면 기사 스스로 대체인력을 구해 대리점에 약속한 배달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겁니다.

대체인력을 구하는 비용이 보통 기사가 하루 버는 돈의 2배에 이릅니다.

[김도훈/고 서모 씨 동료 택배노동자 : 건당 수수료를 700원에서 800원 정도로 받고 있습니다…퀵(대체인력)을 쓴다면 적게는 1500원, 2000원까지에 대한 비용을 저희들이 부담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택배회사들은 이에 대해 "처음부터 계약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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