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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멈춰선 시계…네 마리의 종이학'

입력 2016-06-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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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에 전시된 이 시계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바로 그 시간, 그 순간에 정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범국, 즉, 전쟁의 '가해국' 이었지만 민간인 피해자의 희생을 강조하며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으로 거듭나길 원해 왔습니다. 멈춰버린 시계는 바로 그들의 그런 소망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나서 그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나라의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습니다.

미국은 사과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아마도 일본은 모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오바마를 그 앞에 세워놓았을 것입니다. 마치 외교란 이런 것이란 것을 보여주듯이…

그리고 오바마가 직접 접었다는 종이학 네 마리가 언론에 대서특필 됐습니다.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병이 나을 거라 믿었던 한 피폭자 소녀의 이야기. 치유의 소망을 담긴 학을 접다가 끝내 세상을 등진 소녀는 세상을 떠난지 60여 년이 지나서야 폭격을 가한 나라의 대통령이 접은 종이학을 받게 됐습니다.

"동생도 기뻐할 것" 팔순을 바라보는 오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심지어 전쟁의 가해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어제, 또 다른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사자에겐 묻지도 않고 불가역적이란 꼬리표를 단 사과를 그것도 '대신' 받아낸 정부는 이제 바로 그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자국의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권합니다.

그리고 내놓은 것은 복지전문가가 얘기하는 '맞춤형 복지…'

힘겨웠을 첫 증언 이후 흘러간 25년의 세월. 그 안타까운 시간들을 흘려보낸 국가가 말하고 있는 그 '시간' 이란 무엇인가…

가해국의 피해자. 히로시마의 소녀 사다코의 오빠는 60년이 지나서야 '동생이 기뻐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가해국, 즉 전범국가의 수장이 갖은 역량을 발휘해 받아낸 그 종이학은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사과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겠지요.

이미 60년 전에 숨진 소녀에게, 그의 가족에게 멈춰 있던 시간들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시급'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진정한 사과가 필요했을 뿐…

폭격의 순간 멈춰졌던 그 시계는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초침을 움직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작 그 가해국으로 인해 고통을 당한 또 다른 이 땅의 피해자들은 열일곱 남짓 꽃다운 나이에 멈춰버린 그 '시간'을 국가로부터도 외면당한 채 그저 '시간'이 없음을 강요당하고 있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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