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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이 느끼는 격세지감 "우리땐 안그랬는데"

입력 2013-05-21 09:47 수정 2013-05-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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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이 느끼는 격세지감 "우리땐 안그랬는데"


"세월 참 빨라.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선동열(50)KIA 감독이 허탈한 듯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잠실 LG전을 앞둔 19일 훈련에 몰두하는 선수들을 바라볼 때는 너털웃음도 지었다.
그가 우리 때와 다르다고 꼬집은 건 하나같이 100개 선으로 묶인 투수들의 한계투구수였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경기당 투구수가 많은 선수는 차우찬(삼성)으로, 평균 109.5개씩(6이닝)던진다. 2위인 세든(SK)은 평균 6⅔이닝 동안 109.4개를 던졌다. KIA에서는 양현종만이 유일하게 평균 100개 이상(101개·6⅔)을 던진다. 반면 선 감독은 현역시절 1987년 5월 16일 사직 롯데전에서 선발로 나서 15이닝 동안 232개의 공을 던진 적이 있다.

물론 많이 던진다고 능사는 아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적은 투구수로 소화하는 편이 효과적인 피칭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우리나라는 100개만 되면 스스로 한계라고 선을 긋고 내려오는 투수들이 많다. 일본만 해도 스프링캠프에서 최대 500개씩 던지기도 하는데, 유독 한국은 훈련이라도 200개 이상을 던지는 선수들이 별로 없다"며 입맛을 다셨다.

편하게 던지려는 투수들도 부쩍 늘었다. 최근들어 직구 대신 컷패스트볼 등 변화구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 선 감독은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다. 힘이 들면 돌아가려고 한다. 투수들도 초반에는 힘이 필요한 직구를 던지다가 점점 제구력 위주의 커터 등을 섞는다. 나름대로 요령을 부리는 것이다. 부상은 그렇게 요령을 부리다가 찾아오는 법이다"고 일침 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선 감독이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요즘처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다. 그는 "아이싱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던 때가 1984년께였다. 당시 삼성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배워 들어왔다. 맨 처음에는 얼음 주머니를 어깨에 단 것을 보고 약간 이상했다"며 "이전만 해도 투수들은 공을 던지고 나면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찜질을 했다. 강판 후에는 이미 실핏줄이 다 터진 어깨에 바로 마사지를 했다. 이미 피가 터진 곳을 주물렀으니 안이 어떻게 됐겠는가"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이 부위별로 세분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아침에 잃어나 유산서 운동으로 야구장을 한바퀴 돌거나 오후에는 무등산을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

더 좋아진 세상과 더 발전한 환경. 선 감독은 100개만 채우면 마운드를 내려오는 투수들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목표의식이 떨어진 것 아닌가 싶다. 세상 참 빨리 흘러갔다."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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