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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라진 출입로…섬처럼 갇힌 '복지타운' 논란

입력 2020-06-17 21:04 수정 2020-06-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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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 복지타운의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도시개발 공사를 해야 하니까 거기 말고 다른 길로 돌아서 가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만, 복지타운에 모여 사는 장애인들이나 노약자, 아이들에겐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평택에 있는 동방복지타운입니다. 

지난 1985년 생긴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복지타운인데요.

이곳에는 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 아동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타운을 조금 높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섬처럼 갇혀있는 모습입니다. 

특수학교, 아동보호전문기관, 노인일자리수행기관 등 6개 시설이 모여있습니다.

매일 1000여 명의 이용자들과 300여 대의 차량이 오갑니다. 

그런데 최근 이 타운으로 들어오는 주 출입로가 사라졌습니다. 

소사2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입니다. 

이곳이 복지타운으로 들어가는 정문입니다. 

여기 보시면 경비 초소도 있고요.

지금은 이렇게 문이 활짝 열려있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길이 막혀버립니다.

이 너머는 공사 현장이라서 사실상 출입로가 폐쇄된 상태고요. 

지금 남아있는 이 공간은 교회로 가는 길이 전부입니다.

철거 공사는 지난 12일, 통학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고 학교를 떠난 직후 이뤄졌습니다. 

정문 앞쪽으로는 상가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도로를 정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현주/사회복지사 : 기존 도로면이나 이걸 다 깎아 놓다 보니까 저희가 공중에 산성처럼 서 있는 형국이 된 거고요. 여기도 90도처럼 절벽으로 만들어 놓는 거예요.]

이용자들은 당황스러워합니다. 

[학부모 :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자폐아예요. 장애 3급인데, 이런 아이들은 반복훈련에 의해 항상 익숙해진 길만 원해요. 갑자기 길이 막 여기저기 그렇게 되니까 우리 아이가 당황하는 거예요. 가슴 아프죠. 왜냐면 말 못 하잖아요.]

일부 봉사자들은 위험을 무릅쓴 채 공사장으로 다니기도 합니다.

개발을 시행하는 조합 측에선 복지타운 후문에 임시 도로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후문은 비상시에만 쓰는 문인 데다, 공사현장과 맞닿아 있어 내부 보안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통학차량의 진입도 불가능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아침 시간입니다. 

원래대로라면 건물 뒤편에 있는 입구 내려다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다시피 통학버스가 구름다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학버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엔 중증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직업재활시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운반하는 화물차량들이 수시로 오가는데, 역시 출입이 어려워졌습니다. 

[납품업체 기사 : 처음 오신 분들은 아마 여기 못 찾을 거예요. 중간에 다리가 있어서 큰 차는 거기를 또 못 지나가요, 굉장한 어려움이 있죠.]

화재나 응급 상황에서 대응도 문제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과 아동들이 있는 만큼 소방도로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들어올 길이 없습니다. 

[유순자/아동보호시설 원장 : 매일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인데 차량이 출입이 안 되기 때문에 어린 영유아들이 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구급차나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는 진출입로가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문이 폐쇄된 상황이거든요.]

평택시는 지난 금요일 조합 측에 도로를 원상복구하거나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이미 복지타운 측에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공문을 보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조합장 : 수차 공문을 저희가 이런 식으로 많이 보냈습니다. 제안을 해달라. 안 하면 언제까지 도로를 끊겠다.]

또 새로운 진출입로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복지타운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씨/조합원 : 오늘이라도 하면 바로 공사가 가능해요. 차량 올라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법적으로.]

[B씨/조합원 : 도시 개발하기 전에 동방이 다니던 차로는 진짜 엉망이었어요. 훨씬 좋아지는 거예요, 지금 현재로만 따지면.]

하지만 복지타운은 조합이 제시한 도로가 휠체어 등이 이용하기엔 경사가 심하다고 말합니다.

장애인 편의증진 법률에 따라 진출입로 기울기는 8도를 초과할 수 없는데, 이를 위반한다는 겁니다.

평택시는 사인 간의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평택시청 : 저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요. 저희는 지원팀이고요. 당사자는 동방 거기하고 시행자가 소사2지구 조합이거든요.]

하지만 평택시는 2010년 복지타운을 사회복지시설 용도지구로 지정했습니다.

도시개발을 해도 복지타운을 유지하고, 배려해 개발하란 취지였습니다.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약자에게 이동권은 교통 문제가 아닌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개발 논리에 밀려난 이곳 학생들은 오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멀어진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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