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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싼 대출로 갈아타라" 3900만원 뜯어간 '그놈 목소리'

입력 2021-11-10 20:20 수정 2021-11-11 00:25

'저축은행·시중은행 전화' 모두 보이스피싱으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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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시중은행 전화' 모두 보이스피싱으로 드러나

[앵커]

얼마 전 치밀하게 계획된 보이스피싱으로 서민들의 돈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을 좇는 영화가 개봉했죠.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하다는 방증인데, 현실 속 보이스피싱은 더 치밀하고 지독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제3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는 걸 노렸습니다. 이자가 낮은 제2금융권, 좀 더 낮은 제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타게 해주겠다며 돈을 뜯어갔습니다. 대출금이 나왔다며 통장에 돈까지 보내며 믿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그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5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최근 저축은행 직원이란 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사람은 제3금융권인 캐피탈에서 연 17%의 높은 이자로 3900만원을 빌렸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조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금융기관끼리는 전산망으로 조회되는 게 있어서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연 11%의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줄테니 그 돈으로 캐피탈에서 빌린 돈을 갚으라고 했습니다.

대출을 갈아타라는 얘기입니다.

등본과 재직 증명서를 보냈더니 바로 돈이 들어 왔습니다.

[조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3900만원이라는 돈이 통장에 입금이 됐고 (기존) 대출금을 다 갚았죠. 그래서 만족하고 있었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제1금융권인 은행이라며 또 전화가 왔습니다.

코로나 지원금 성격으로 연 2% 이자로 돈을 빌려 준다고 안내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 (신청서) 바로 보내드릴게요. 예, 바로 지금 발송 도와드렸고요.]

이자가 더 낮다는 말에 앞선 저축은행 대출을 취소하려던 중에 바로 저축은행이라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 저희를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통해서 갚아도 되겠냐' 한번이라도 여쭤보셨으면. 그렇게 하시면 계약 위반으로.]

계약 위반이라며 당장 돈을 갚지 않으면 모든 금융 거래를 막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조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신용불량자 되고 앞으로 모든 금융거래 대출도 영원히 못 하게 돼요. 금융 생활이 망가질 겁니다.]

겁이나서 부랴부랴 3900만원을 만들어 현금으로 건넸습니다.

얼마 지나 모든 게 사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축은행 직원도, 시중은행 직원도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습니다.

대출을 갈아타라며 보낸 3900만원은 사기범들이 조씨가 보낸 서류로 다른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이었습니다.

3900만원의 빚은 그대로 남고 여기에 더해 3900만원을 뜯긴 셈입니다.

[조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고금리를 이용하는 사람은 저금리로 낮춰야 하는 압박감이 늘 있거든요.]

경찰은 전달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그 윗선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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