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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입력 2018-04-02 11:48 수정 2018-04-02 11:58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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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나는 손을 씻고 나면 항상 종이타월을 2장씩 쓴다. 습관적으로 그랬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 가끔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1장이면 충분하다'는 문구를 마주칠 때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종이타월을 뽑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하면 마치 낭비의 주범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래서 가끔 1장으로 닦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손에 물기가 남았다. 찝찝했다. 정말 1장으로 충분한 건가. 나만 이상한가. 작은 탐사, 소탐해보자.


■ 나만 손 씻고 종이타월 2장 쓰나

다른 사람들은 손 씻고 종이타월을 몇 장씩 쓸까? 설문을 통해 직접 의견을 들어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대부분 나와 비슷했다. 설문 응답자 102명 중 68%가 2장씩 쓴다고 했다. 26%가 1장을 쓴다고 대답했다. 3장 이상을 쓴다는 응답은 6%였다. 10명 중 7명은 종이타월을 2장 이상 쓰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 다행이다.


■ 종이타월 1장 vs 2장, 그 이유는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이유도 물어봤다. 1장 그룹은 환경 보호와 절약을 주로 이야기했다. 화장실에 1장만 쓰라고 적혀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2장 그룹은 1장으로는 부족함, 깔끔한 물기 제거, 그리고 습관을 이유로 들었다.
언뜻 보면 절약과 청결의 대결구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손의 크기, 씻는 습관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 의견이 더 옳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손 씻고 종이타월 몇 장이 필요한가.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험해보자.


■ 물 먹은 종이타월의 무게를 재봤다

1장으로 손의 물이 충분히 닦이는지, 아니면 부족한지 직접 확인했다. 종이타월이 흡수한 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썼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은 후 물기를 털지 않을 때와 털었을 때, 그리고 각각 1장, 2장, 3장을 사용했을 때 그 흡수 정도를 비교했다. 실험은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했으며, 종이타월은 201*215mm 크기의 2겹 제품을 사용했다. (수십번 반복한 실험이 아니라 수치의 오차는 고려하고 봐주시길)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 실험① 손의 물을 털지 않았을 때

먼저, 손을 씻고 물기를 털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타월로 닦아봤다. 1장을 쓰니 종이타월이 흠뻑 젖었다. 손의 물기는 다 닦이지 않았다. 축축한 감이 있었다. 2장을 쓰니 물이 다 닦이는 것 같았다. 3장 역시 충분했다. 그 느낌이 맞는지 저울로 확인해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종이타월 1장이 흡수한 물기는 2.72g, 2장은 3.43g, 3장은 3.24g이다. 1장으로 닦으면 2장 이상 썼을 때보다 물기가 최대 0.7g가량 덜 흡수된 것을 알 수 있다. 1장은 부족하다는 거다.(작은 티백 무게가 0.5~0.8g 정도 나간다)


■ 실험② 손의 물을 1번 털었을 때

그럼 물기를 털어내고 닦으면 어떨까? 손을 씻고 1번 털어낸 뒤 닦아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물기를 1번 털었을 때 종이타월 1장의 물 흡수량은 2.19g, 2장은 2.7g, 3장은 3.04g이 나왔다. 확실히 안 털었을 때보다는 전반적으로 물의 양이 적게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1장으로 닦았을 때는 손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2장, 3장은 충분히 닦였다.


■ 실험③ 손의 물을 2번 털었을 때

마지막으로 물기를 2번 털어봤다. 이번엔 느낌이 좀 달랐다. 1장도 충분히 닦이는 것 같았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종이타월 1장이 흡수한 물기는 1.92g. 털지 않고 1장을 썼을 때보다 물기가 0.8g 날아갔다. 2장은 2.13g, 3장은 2.1g으로 모두 1장을 썼을 때와 무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즉 손을 씻고 나서 물기를 2번 털면, 종이타월 1장으로도 충분히 닦인다는 의미다. 확실히 털지 않았을 때보다 2번 털었을 때 손의 물기도 적게 묻어났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사진 출처 : TED 강연 'How to use a paper towel' 캡쳐)

미국의 법률가이자 환경운동가 조 스미스는 손을 12번 털고 종이타월을 반으로 접어 쓰면 1장으로도 충분히 닦을 수 있다고 했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소탐대실이 실험해보니 2번만 털면 1장으로 가능했다.


■ 손의 물을 털지 말라는 화장실도 있다

그럼 손을 씻은 후 2번 털고 종이타월을 1장 사용하면 절약과 청결을 모두 잡는 해피엔딩일까.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기를 털지 말라고 하는 화장실도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청에서 올린 '공공화장실 에티켓 10가지'를 보자.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물기를 털어내려고 손목을 탈탈 털면 다른 세면대나 비치된 용품,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이 튄다고 한다. 옆에 우는 이모티콘까지 붙여놨다.

바닥에 물이 튀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손을 털지 말라'고 경고해놓은 화장실도 있다. 바닥 물기 닦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화장실 청소노동자들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손 털기 눈치 보인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  손 안 털고는 2장은 필요하다…그런데 남는다

먼저 봤던 무게 실험에 따르면, 손을 털지 않고 깨끗이 물기를 닦으려면 최소 2장의 종이타월이 필요했다. 그런데 2장으로 닦으면 젖지 않고 남는 부분이 꽤 있었다.

설계용 소프트웨어로 종이타월의 면적을 계산해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1장으로 닦으면 종이타월 전체가 젖는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 손의 물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충분히 닦이기 시작하는 건 2장부터인데 면적의 15%가 남아돈다. 그리고 3장을 쓰면 40%나 버려진다.


■ 종이타월 크기를 2/3로 줄이는 아이디어

손을 털지 않아도 충분히 다 닦을 수 있고 그러면서 종이타월의 남는 공간은 최소화하는,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할 방법이 궁금했다. 종이타월 1장의 크기를 줄여보면 어떨까? 기존 크기의 3분의 2로 종이타월을 잘라 그 2장으로 손을 닦아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흡수하는 물의 양은 일반 사이즈 2장을 썼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사용 면적은 95% 이상으로 버려지는 부분이 매우 적었다. 그동안 2장을 쓰면서 느꼈던 양심의 가책도 덜고 환경도 보호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이렇게 크기를 줄여서 제조/판매가 가능한지 관련 업체에 문의해봤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A 제지업체]
크기를 줄이려면 공장 설비를 다시 세팅해야 하고, 기존에 보급되어 있는 디스펜서와 규격도 맞지 않아 이를 교체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기를 줄이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크기 축소가 묘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조/판매 구조상 초반 단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타협점을 계속 찾아갈 필요가 있겠다.


■ 2장 쓴다고 눈치 보지 말자

환경 보호와 물자 절약을 위해 종이타월은 아껴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소탐대실 설문과 실험 결과를 보면 ‘1장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모든 상황에 통용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소탐대실] 손 씻고 종이타월 1장이 충분할까?

손은 씻는 것 못지않게 말리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 심장전문의 프레드릭 살드만 박사는 손을 씻고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세균이 500배 이상 늘어난다고 했다. 1장씩 아껴 쓰겠다고 손에 물기를 남긴다면 안 씻는 것만 못한 거다. 손의 크기나 씻는 습관, 화장실의 손 털기 규정(?) 등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면 최소 2장은 써야 하는게 가장 현실적이다.

그동안 1장에 머물러 있었던 양심적 허용치를 사회적으로 조정해보는 건 어떨지. 이제 종이타월 2장까지는 죄책감 없이 써도 되지 않을까?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준이
디자인 :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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