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갈등, 오늘(8일)은 그 틈이 한층 더 벌어졌습니다. 여당은 국론 통일과 국민 통합을 국정화의 명분으로 내세워 여론전을 강화했습니다. 이에 맞서 야당은 국정화는 곧 반(反) 민주주의이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수 있다며 장외 투쟁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우리 사회 이념 갈등의 뇌관을 건드린 셈입니다. 그러나 내분 수습과 지지층 결집이라는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노림수가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아울러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국정감사 마지막날 국회는 이 문제로 온종일 시끄러웠습니다. 현장부터 연결합니다.
이승필 기자,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상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예, 지금은 잠시 중단된 상태인데요, 오늘 국정감사는 상당부분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로 진행됐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면서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는 진통을 겪었는데요.
이 내용은 양원보 기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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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먼저, '청와대 개입설' 보도의 진위부터 따졌습니다.
[조정식 의원/새정치연합·국회 교문위원 : (국정화 방침에) 박 대통령 뜻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도가 나와 있어요. 부총리를 제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이미 결정을 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유은혜 의원/새정치연합·국회 교문위원 : (박 대통령이) 아버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오셨고 (그래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배재정 의원/새정치연합·국회 교문위원 :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랍니다.]
여당 의원들은 정상적인 국감 진행을 요구하며 위원장의 개입을 촉구합니다.
[한선교 의원/새누리당·국회 교문위원 : 그렇게 하지 마시고 이전처럼 공평하게 하세요. 이전에 잘하시던 분이 오늘 왜 그러세요? (오늘도 잘하고 있어요.)]
국정화가 왜 필요한지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유재중 의원/새누리당·국회 교문위원 : 모 교과서 같은 경우에는 주체사상이 북한의 실정에 맞춰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상이라든지…]
황우여 장관은 국정화 방침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황우여 부총리/교육부 : 어떻게 하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서 자라나는 미래에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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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오늘 교육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 보고서'란 문건을 여당 의원에게만 제출했습니다.
야당 측은 해당 문건을 달라며 자료제출 요구서를 발송했지만 교육부는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를 들어 끝내 거부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밀실작업을 통해 국정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정회가 반복되는 등 파행을 빚었습니다.
[앵커]
그게 어떤 자료인가요?
[기자]
야당에서는 해당 문건에 "정부가 이미 국정화 방침을 확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데요.
교육부가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사상을 분류해 3분의 2 이상을 좌파로 규정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우여 장관은 자신도 아직 문건 내용을 보지 못해 그 소재와 내용, 형식 등을 파악 못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오늘이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데, 이대로라면 교과서 국정화 방침 여부나 의사 결정 과정 등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되기 어렵겠군요?
[기자]
야당 의원들은 국정화 논의 등의 절차가 담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오늘이 국감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황우여 장관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