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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 자신감의 역설적 표현 '나쁜 기집애'…멋있네

입력 2013-06-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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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 자신감의 역설적 표현 '나쁜 기집애'…멋있네

'예쁘다' '귀엽다' '섹시하다'…. 걸그룹 앞에 보통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걸그룹임에도 '투애니원(2NE1)', 특히 리더 씨엘(22·CL)에게 가장 자주 따라붙는 말은 '멋있다'다.

첫 솔로곡인 디지털싱글 '나쁜 기집애'로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씨엘은 '또래 아이돌 중 드물게 멋있다'라는 칭찬에 "그런 점을 봐줘서 감사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씨엘은 인터뷰 등의 자리에서는 다르다. 신중히 단어를 고른 뒤 조곤조곤 핵심만 짚는 그녀는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더 좋다"며 눈을 빛냈다.

'나쁜 기집애'는 씨엘의 장점을 오롯이 녹여 낸 곡이다. 제목의 '나쁜'은 영어식 표현을 빌려온 것으로 '멋있다'는 뜻이 내포됐다. '기집애'는 표준어 '계집애'의 충청도 방언이나 어감이 좋아 그대로 살렸다.

영어 제목을 '배드 걸(BAD GIRL)'로 붙인 '나쁜 기집애'는 씨엘이 4년 간 2NE1의 리더로 활약하면서 키운 내공을 담은 노래이기도 하다. 발라드와 비슷한 템포의 느린 힙합으로 더기와 덥스텝 등 최신 사운드와 씨엘의 래핑이 어우러졌다.

2NE1의 히트곡을 도맡은 매니지먼트사 YG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테디(35)가 작곡하고 씨엘과 함께 노랫말을 붙였다. "작년에 테디 오빠와 얘기하고 장난치다가 넌 '나쁜 기집애'하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곡으로 나왔어요. 양현석 사장님이 제게 이 곡이 딱이라고 말씀하셔서 발표하게 됐어요."

미국 힙합그룹 '푸지스' 멤버로 힙합·R&B계의 대모로 통하는 로린 힐(38)을 롤모델로 손꼽는 씨엘은 이번에 정통 힙합곡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래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 즐겨 듣는 음악을 한 거예요. 의상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테디 오빠도 그렇고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감독님 다 본인들이 좋아한 것이에요. 같이 작업하면서 말도 정말 잘 통했어요. 좋아하는 것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호호호."

'싫으면 시집가' 등 구전 동요를 삽입하는 등 정통힙합이면서도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랩의 기본 요소로 비슷한 발음의 단어 등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라임이 한국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 역시 꽤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하다. "녹음을 여러 번 했어요. 사실 멜로디와 노랫말이 여러 개예요.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그것들을 하나로 포장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나쁜 기집애', 즉 '더 배디스트 피메일(the badest female)'이라는 문구는 씨엘이 2007년 SBS TV '가요대전'의 YG패밀리 무대에 래퍼로서 대중에 첫선을 보이기 전부터 써왔다. "테디 오빠가 만들어준 문구였는데 저를 항상 대표하던 것이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써왔어요. 까르르르."

한국에서 대중성이 약한 힙합 장르의 '나쁜 기집애'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곡의 힘이라기보다 씨엘의 힘이라는 견해도 있다. "2NE1이 아니라 혼자 나오는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2NE1은 알고 계시지만 씨엘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1등을 할 때는 더 정말 놀랐어요. 순위를 생각 안 했다기보다는 그저 '최선을 다해야지' '멋지게 꾸며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미국 힙합스타 제이Z(44)의 블루프린트, 미국 솔 가수 캘리 프라이스(40)와 미국 힙합스타 스눕 독(42)의 예전 노래들을 즐겨 듣고 있다. "청소년기에 주로 듣던 노래들인데 다시 듣고 있으니 두근두근하더라고요."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그녀는 옛날 것과 미래의 것을 섞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입었던 통이 큰 청바지를 다시 입고 있는데 좋더라고요. 첫 방송(2일 SBS TV '인기가요') 때도 통 큰 바지를 입었는데 스타일리스트가 '누가 요즘 그런 것을 입어'라고 하기도 했어요."

뮤직비디오와 무대 패션에서 엿보듯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 보인다. "'노출을 해야지' 또는 '안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멋있는 옷을 입자는 생각이에요"라고 답했다.

2NE1 멤버들뿐 아니라 YG 소속 가족들이 "흥얼거리고 다닐 정도로 곡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네가 아니면 누가 이 곡을 하겠니'라는 말을 들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예전 인터뷰 때 "스타일리시하다고 평가 받는 의상과 안무도 모두 음악이 기반이기 때문에 음악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곡은?

"욕심이 많아서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많아요. 래퍼로서만 한계를 두고는 싶지 않습니다. 노래도 하고 싶고, 랩을 한다고 해서 무거운 힙합만 있는 것이 아니죠. 천천히 더 오래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직비디오와 의상은 모두 음악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씨엘과 평상시 조용한 '이채린'의 차이는 그대로 두려고 노력 중이다. "가족들, 친구들과 있을 때는 채린이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는 씨엘이고 싶고요. 둘 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MBC TV '무한도전'의 팬이라는 그녀는 같은 소속사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5)처럼 이 프로그램에 출연, 색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번 곡은 2NE1이 6월 중 발매할 새 앨범을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싱글로 냈다. 2NE1 새 앨범의 힌트일까? 2NE1다운 앨범이 나올 것이라 예고한 씨엘은 "열심히 해서 저도 언제가는 솔로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노래 제목 때문에라도 가수 이효리(34)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5집 '모노크롬'의 타이틀곡 '배드걸'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데뷔할 때부터 항상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배님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라며 즐거워했다.

아버지인 이기진 교수(53·서강대 물리학)를 따라 어렸을 때 외국에서 생활한 씨엘은 "실제 성격도 강한 편이지만, 아시아를 대표해서 아시아 여자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마음이다.

"외국인 학교에서는 항상 고정적인 관념이 있었어요. 아시아인은 조용하고 소극적이라는 것이죠.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도 처음 만났을 때 '아시아인들 중 너 같이 옷을 입는 애가 있었구나'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멋쟁이가 많은데 말이죠. 그런 면이 저를 통해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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