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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층간흡연'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나?

입력 2016-06-01 22:13 수정 2016-06-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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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한 시청자분, 성함을 밝혀드리자면 김미소진 씨입니다. 이름이 참 기분 좋은 이름이신데, 김미소진 씨께서 미소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3년 전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밑에 층에서 피는 담배 때문에 창문을 닫아야 하고 억지로 에어컨도 샀습니다. 다음 달 배 속의 아기가 태어나는데 창문도 못 열고 빨래에는 니코틴 냄새가 뱁니다. 관리소에 이야기했지만 층간소음 문제만 다룰 뿐 흡연은 어쩔 수 없다고 하니 너무 화가 납니다' 공감이 많이 갑니다. 그러면서 '팩트체크에서 정말 방법이 없는지 짚어달라'는 부탁이 왔습니다.

김필규 기자,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이런 층간흡연 문제가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시청자뿐 아니라 층간흡연 문제가 많아서 아파트마다 '화장실에서 담배 피지 말아달라' '복도에서 담배 피지 말아달라'는 이야기 많고요.

그동안 팩트체크에도 문의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문제로 접수되는 민원들을 집계해봤는데, 한 해 300건 이상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실험해봤는데요. 화장실의 환풍기를 켜놓고 담배 피우는 직접 피워봤습니다.

그랬더니 5분 만에 위아랫집으로 담배 연기가 퍼져 나갔고, 그 안에서 2개비 피웠을 때 위아랫집의 미세먼지 농도가 20㎍/㎥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웃집 입장에서는 분명히 건강을 해치는 분명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는 거죠.

[앵커]

피해가 저렇게 확실하게 나오고 있다면, 저것도 법으로 해결해야 된다라거나, 실제로 층간소음 문제도 그렇게 해결을 하고 있으니까요.

[기자]

맞습니다. 층간소음의 경우 살인사건까지 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문제가 되면서 관련법과 함께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도 만들어져 분쟁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층간흡연의 경우 관련 기준이 없고, 앞서 말씀드렸던 실험도 아직 입주가 안 된 새 아파트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진행했던 겁니다.

실제 가정집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게 되면 이게 윗집 담배연기로 인한 건지, 아니면 고등어 굽는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앵커]

고등어는 여기도 등장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사실상 소송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앵커]

그러면 층간소음처럼 아예 이참에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건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2009년에 정의화 의원, 2015년 이찬열 의원 등 공동주택단지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법안이 발의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다' '재산권 침해다'하는 논란 탓에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 문제가 최근 점점 심각해지자 지난 2월, 박인숙 의원이 낸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서 지자체에 신청하면 단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릴 수 있습니다.

다만 장소가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만 해당되고, 집 안에서 피우는 것은 여전히 대상이 안 됩니다.

[앵커]

베란다까지는 생각을 안 했을까요? 그러면 추가시키는 건 어떨까요?

[기자]

그래서 의원실에 문의를 해봤더니 "사적인 공간에 대해 법으로 제재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많아서 넣지 못했다"고 합니다.

20대 국회에서 화장실과 베란다까지 포함한 법안을 다시 낼 계획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쉽진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현재 법에 따라 주민 동의 받아 금연구역을 지정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못 피우게 되니 집안에서 더 피우게 되는, 일종의 풍선효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집안에서의 흡연도 대상으로 삼을 수… 이게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그게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까 더 강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가능할 것인가….

일단 헌법재판소에서도 담배를 피울 흡연권과 담배 연기를 피하고 싶은 혐연권이 충돌할 경우, 생명권과 연관이 더 있는 혐연권이 우선이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사생활과 사유재산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선 간접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동주택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러니 우리 역시 화장실이나 베란다, 집안에서의 흡연을 법적으로 금지할 근거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많았습니다.

[기자]

아무튼 '현재까지는 집안에서 피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오늘의 결론인가요? 그런데 이게 숙제가 될지 모르겠는데요, 김필규 기자한테. 베란다 같은 경우에 분양받은 평수에서 제외돼 있잖아요. 그걸 사유 공간이라고 봐도 됩니까? 허공에 떠 있는 경우인데 공공공간으로 볼 수 없습니까? 그거 한 번 조사 좀 해보죠.

[기자]

알겠습니다. 미처 확인 못했는데, 그 부분도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분명히 전용공간에 포함이 안 되어 있는 평수니까…

[기자]

어쨌든 지금은 화장실에서 피우는 경우, 집 안에서 피우는 경우, 안타깝게도 지금 현재로써는 딱히 주민들끼리 분쟁이 있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결론, 이야기 드릴 수 있겠는데요.

또 관련 법 규정이 나오더라도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실시한 한 연구를 보면, '공동주택에 사는 어린이들의 84%가 간접흡연에 노출돼 있고 단독주택에 사는 아이보다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어느 권리가 더 중요하다 따지기 전에, 내 집안에서의 아늑하게 하는 흡연이 이웃의 건강과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인식이 먼저 공유돼야겠습니다.

[앵커]

제가 조금 아까 드린 질문이 억지스러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알아봐 주시죠.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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