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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주고받기 한창…재계 '신 빅딜 시대' 열렸다

입력 2014-11-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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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이 인수하는 통큰 거래가 성사됨으로써 재계가 새로운 빅딜시대를 맞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빅딜이 정부주도로 이뤄졌던 울며 겨자먹기식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결정한 전략적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두 그룹의 이번 거래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끼리 혹은 사업부문끼리 쪼개고 붙이는 기존의 내부 교통정리식 사업 재편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다는 '개방형 빅딜'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한화측이 먼저 제안했으며, 삼성은 이를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더 큰 거래를 역제안하면서 성사됐다.

한화가 삼성측에 삼성탈레스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은 지난 9월로, 한화측의 제안을 받은 삼성은 탈레스 뿐 아니라 삼성탈레스 지분를 보유한 대주주인 삼성테크윈까지 인수해 줄 것을 한화그룹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이 22.73%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있는 삼성종합화학 처리문제가 떠올랐고, 삼성은 아예 삼성토탈 지분까지 포함해 패키지로 가져갈 것을 한화측에 제안했다.

예상보다 점점 판이 커지면서 한화그룹은 고민에 빠졌고,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수시로 두 그룹간 회의가 열리는 등 3개월여간 숨가쁜 협상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주고받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삼성과 한화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와 합작하고 있는 현대카드·캐피탈 지분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GE에 현대카드·캐피탈 지분 43%씩을 넘기면서 10년간 합작 계약을 맺었다. 양측의 합작계약이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카드·캐피탈의 지분을 처리해야하는 상황이다.

GE가 보유한 현대카드·캐피탈 지분의 장부가는 약 2조5000억원으로,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18일 한국을 찾은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현대차가 지분을 되사온다면 최소 3조원대 이상의 대형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현대카드·캐피탈이 지난 2004년 당시와에 비해 크게 성장한 만큼 '2조5000억원+α'의 값을 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직접 나설지는 미지수다. 재계는 10조원에 달하는 한전부지 인수 비용 등으로 돈쓸 곳이 부쩍 많아진 만큼 현대차가 제3자의 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GE와의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방계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LG는 최근 팹리스(공장없이 설계만 하는 회사)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했고, 물류회사 범한판토스는 인수를 추진중이다. 실리콘웍스는 구본무 회장의 외사촌인 하국선 씨가, 범한판토스는 구 회장의 6촌인 구본호 씨가 각각 운영하던 회사다.

LG는 실리콘웍스를 통해 TV와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실리콘웍스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은 TV의 핵심부품으로, LG전자의 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또 최근 위치변화 감지센서 등 자동차용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LG상사 등 그룹 물류경쟁력 강화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파악된다.

철강부문에서는 특수강 분야의 재편을 놓고 국내 대기업들간의 딜이 한창이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을 인수키로하고 포항공장 철근설비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특수강 하공정 회사인 동부특수강이 같은 포항에 있는 만큼 포항공장을 특수강 전용설비로 전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노조 반발로 연기된 포스코와 세아그룹의 특수강 인수도 마무리 단계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팔기로하고 지난 20일 본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딫히면서 계약일정을 미뤘다. 두 회사의 딜은 군살빼기가 한창인 포스코와 핵심경쟁력 강화를 원하는 세아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이밖에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을 인수해 하늘과 바다, 땅을 아우르는 수송그룹으로 거듭나는 중이고,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주식을 팔아 본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두산이 최근 두산동아를 매각하고 KT가 KT렌탈을 팔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의 주고받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최근의 계열사 정리작업은 경쟁력이 약한 사업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부 주도형 빅딜과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추진한 빅딜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억지춘향식으로 파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느냐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자발적 구조조정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글로벌 1위가 아니면 모두 죽는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시점"이라면서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 기업들의 전략이 맞춰진만큼 조건만 맞는다면 딜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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