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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살인범" 조각 증거 '모아모아' 기소

입력 2016-08-07 14:11

"과학수사·법률개정이 빚어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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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법률개정이 빚어낸 성과"

"성폭행범≒살인범" 조각 증거 '모아모아' 기소


"성폭행한 범인이 살해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15년 만에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지목, 법정에 세운 검·경 수사팀.

이들은 한 조각의 비늘(편린)을 모으고 모아 직접 증거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성폭행과 살인 사이의 시간적 밀접성, 교도소를 압수수색해 얻어낸 진술과 증거는 향후 재판 과정에 유의미한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사건의 수사는 2001년 2월4일 오후 3시30분(범행 추정시각은 당일 동틀 무렵)께 드들강에서 벌거벗겨진 한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여성은 광주에 살던 고등학교 2학년생 박모(당시 17세)양으로 밝혀졌다. 박양의 몸에서는 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흔적과 함께 다른 사람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우범자 등 200여명을 조사했지만 수사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미제로 남을 뻔 했던 이 사건은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았다.

또다른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모(39)씨의 유전자가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박양의 몸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김씨는 2003년 7월 금품을 노리고 전당포업자 등을 유인,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상황이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김씨를 범인으로 지목, 2012년 10월29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DNA 이외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김씨 마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혐의없음 처분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5년 2월 나주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으며,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재송치했다.

이에 광주지검은 지난 2월 지청 단위가 아닌 지검 차원의 검·경 합동수사체계를 구축,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이 사이 살인죄의 공소시효도 폐지됐다.

수사팀은 먼저 15년 전 박양의 몸에서 채취된 DNA에 대한 재감정을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법의학자에게도 감정을 의뢰했다.

동시에 김씨가 수감돼 있는 교도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동료 재소자 350여명을 상대로 수감생활 중 김씨의 언행 등을 살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수사의 속도는 더뎠지만 다양한 각도의 재수사는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 법의학자의 감정결과가 통보됐다. '성폭행범이 살인까지 실행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즉 성폭행과 사망의 시점이 매우 밀접하다는 설명이다. 문명의 속도와 함께 발전한 과학수사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동료 재소자의 입에서도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가 이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했던 사실 등을 확보한 것이다.

교도소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가 보관하고 있던 여러 장의 사진도 찾아냈다. 범행 당일 나주 인접 지역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다. 수사팀은 김씨가 자신의 알리바이(현장부재 증명)를 입증하기 위해 촬영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 이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를 대비, 법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그 동안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보관둔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수사팀은 김씨가 범행 뒤 광주로 돌아와 자신의 여자친구를 차량에 태우고 해당 지역을 찾아 사진 촬영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드들강 범행 장소 주변에 대해 전혀 알지못한다고 주장하다 드라이브를 간 적이 있다고 진술을 바꾼 점, 김씨가 범행 당시 유행하던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러 여자들을 만나 온 사실, 2003년 7월 저지른 강도살인 범행수법과 이번 사건의 유사성 등도 확인했다.

일반 시민 53명으로 구성된 검찰 시민위원회의 심의도 거쳤다.

수사팀은 자백이나 CCTV 녹화장면, 범행 목격자를 받거나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앞서와 같은 간접증거를 종합해 볼 때 사실상의 직접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 김씨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7일 검찰 관계자는 "발달된 과학수사 기법에 경찰과의 긴밀한 수사협조가 더해져 김씨의 살인 혐의를 규명하는데 필요한 광범위한 추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여전히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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