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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도입하지 말았어야 할 선박…안전규정 무더기 무시

입력 2014-07-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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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도입하지 말았어야 할 선박…안전규정 무더기 무시


29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는 애초부터 도입되지 말았어야 할 선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박은 증축과 안전점검, 운항관리에 이르기까지 안전규정과 절차들 무엇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총체적 부실이 겹쳐 '언젠가는 침몰할 수 밖에 없는 세월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8일 중간발표 형식으로 공개한 세월호 감사결과는 이처럼 세월호 도입부터 출항 전 점검까지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정부의 평소 여객선 안전관리 및 감독이 업무태만과 비위행위로 얼룩져 있었음을 증명했다.

◇인천항만청, 서류조작 '세월호' 도입 승인

감사원에 따르면 우선 세월호는 당시 법령과 기준에 따르면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수 없는 선박이었다. 하지만 인천해운항만청은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도입을 부당 승인했다.

해운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박 증선은 해당 항로의 평균 운송수입률이 25% 이상 유지될 때에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청해진해운은 이같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세월호의 여객정원을 804명에서 750명으로, 재화중량은 3981t에서 3000t으로 줄여 계약서를 위조했다.

그 결과 청해진해운은 인천~제주 항로 운송수입률을 24.3%에서 26.9%로 과다 산정했는데도 인천항만청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채 2011년 9월 증선계획을 가(假)인가했다.

특히 인천항만청은 2012년 9월 이후 세월호가 증축을 통해 여객정원(921명)과 재화중량(3794t)을 늘려 운송수입률이 24.2%로 감소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최종 인가를 내줬다.

◇한국선급, 잘못 계산된 '복원성' 그대로 승인

세월호는 증축으로 인해 배가 기울어졌다가 다시 중심을 잡는 '복원성'을 상실한 배였고 이로 인해 급변침 과정에서 배의 무게 중심축이 무너지자 한쪽으로 쏠려 침몰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복원성 검사가 부실하게 수행되면서 이같은 사고를 미리 방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1월 복원성 계산의 기초가 되는 선박의 경하중량(선박자체무게) 및 무게중심을 산출하기 위한 '경사시험'을 실시하면서 증축 설계업체가 선박중량을 100t이나 과소 산정했는데도 '경시시험 결과보고서'를 그대로 승인했다.

더욱이 경사시험 결과 세월호의 무게중심이 당초 추정치보다 높게 측정되는 등 세월호의 선박 복원성이 나쁜 것으로 나타나자 설계업체는 승인기준에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의 개당 무게를 조정, 화물무게를 440t 가량 줄였는데도 한국선급은 승인을 내줬다.

감사원이 이같은 오류를 반영해 세월호의 복원성을 다시 계산해 본 결과 복원성 기준 중 '풍압경사각'은 기준치(10.6도 이내)를 1.6도 초과했고 '선회경사각'은 기준치(10도 이내)를 0.5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 청해진해운으로부터 향응수수

복원성 검사결과와 다른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부당 승인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청과 청해진해운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인천해경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나흘전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를 공짜로 타고 제주도 출장에 나섰다. 이들은 제주도 현지에서 3박4일 동안 청해진해운 직원으로부터 관광과 숙박, 주류 등의 향응을 수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인천항으로 돌아올 때는 시험운항 중인 세월호를 탔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를 개최하면서는 안전운항의 핵심요소인 '선박복원성 계산서' 등의 관련서류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심사를 진행했고 심사위가 요구한 보완사항 중 3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2월25일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했다.

◇해운조합, 형식적인 출항 전 안전점검

청해진해운의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는 올해 1~4월 인천~제주 항로를 총 118회 운항하면서 절반 가량인 56회에 걸쳐 차량적재한도를 초과했는데도 운항관리자인 해운조합은 출항허가를 내줬다.

특히 세월호 출항 당일인 4월15일 해운조합 소속 인천·제주 운항관리자들은 출항 전 세월호의 화물중량과 차량대수 등을 확인하지 않고 3등 항해사가 무전으로 통보한 수치를 그대로 기재했다.

실제로 실린 적재화물과 차량은 각각 2142t(검찰추정치), 185대이지만 657t의 화물과 150대의 차량을 실었다는 승무원의 보고를 확인하지 않으면서 세월호의 과적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세월호는 출항 당일 승용차를 최대 12대까지만 적재할 수 있는 중갑판에 30대를 적재하고 고정벨트도 없었지만 운항관리자는 "고임목만으로 고정된 것이 정상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 등 안전기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정길영 감사원 제2사무차장은 "세월호의 도입, 선박검사, 운항관리규정 심사, 출항 전 점검 및 복원성 검사 등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한 일련의 규정과 절차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복원성이 현저히 악화된 세월호가 과적과 고박부실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출항했다가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에서 급변침하는 과정에서 결국 침몰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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