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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부터 '위력 불인정 이유'까지…논란의 재판 쟁점들

입력 2018-08-14 20:25 수정 2018-08-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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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판부의 판단을 취재기자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우선 안희정 전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근거로 '위력은 없었다'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부터 살펴봐야되겠죠?
 

[기자]

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력, 즉 상대방 의사를 제압할 힘은 있었지만 '위력에 의한 성적 침해행위'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 처벌은 '물리적 폭행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그리고 '미성년자 등 성숙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성적침해', '업무상 위력을 행사한 성적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 등으로로 나뉘는데요.

안 지사 사건의 경우는 폭력이 없었고, 피해자가 미성년자 등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 번째인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적용된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고요. 

[앵커]

입증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렇게 표현했죠.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안 전 지사와 김지은 씨의 경우에 유력 정치인이자 도지사와 또 비서 관계로 위력 관계인 것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지은씨 사이의 성적 행위에서는 힘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예컨대 안 전 지사가 외롭다고 안아달라고 한 것을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김 씨가 수행비서가 아닐때도 안 전지사가 오라고 하니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간 것도 의심스럽다고 말을 했습니다.

성적 행위에서 물리적인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본 것인데 여성단체들에서는 재판부가 위력을 좁게 해석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김지은 씨는 물리적인 위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안 전 지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얘기를 해오고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김지은 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데 어떤 근거를 제시했습니까?

[기자]

그동안 김 씨가 주장한 피해 사례는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이 모두 5건입니다.

김 씨는 물론 안 전 지사도 이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에서는 김 씨가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이 없었다고 봤습니다.

오피스텔에서 성적 행위가 이뤄질 때,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앵커]

김지은 씨의 경우에 안 전 지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도 증거로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증거들은 채택이 안되었죠?

[기자]

김 씨와 안 전 지사는 평소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김 씨는 이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재판부에서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상당수가 삭제돼 있고, 그 삭제 과정도 의심스럽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해 김지은 씨 측은 텔레그램의 경우 대부분 비밀대화방에서 이뤄졌는데 자동삭제 기능 때문에 메시지들이 지워졌지, 일부러 지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재판부에서 '정조'를 언급했다면서 시민단체들이 지금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김지은 씨 측은 지난 달 재판부가 비공개로 진행한 피해자 심문에서 '정조'와 '피해자다움'에 대해 얘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장이 김 씨에게, "'정조'에 있어서도 피고인이 하라는 대로 해야하는 것이었냐"고 물은 뒤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면서 이내 취소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오늘 김 씨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당시 '정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결과를 예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에도 '정조'를 거론한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정조를 침해한 것을 처벌했는데, 이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야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김 씨에게 '정조'를 거론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판결문에는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적시는 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진술도 받아들이지 않는 근거는 뭐라고 나옵니까?

[기자]

그동안 김지은 씨는 성적행위에 대해 안 전 지사에게 동의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라고 주장을 했는데요.

재판에서도 김 씨는 안 전 지사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는 당시 거부 의사가 명확하지 않았고, 이후 행동을 볼 때 김 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특히 김 씨의 진술이 맞다고 하더라도, 우리 법체계에서는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 겁니다.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지 않는 이른바 '부동의 강간'을 처벌할 수 없는 우리나라 법체계를 지적한 건데요.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강제 강간을 하는 경우 처벌하는 'No means No rule'과 상대방과 합의하지 않았는데 성관계를 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Yes means yes rule'등 법률이 있지 않아서 처벌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한계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 사건 당사자들간의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부동의 강간을 처벌할 수 없는 법체계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판결을 입법책임으로 미루는 무책임한 결론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것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이어서 리포트를 듣도록 하죠. 김지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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