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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들, 광주서 4인4색 행보

입력 2016-05-18 16:31

文, 한 발 물러선 2선에서 광주민심 엿보기
安, 말 아끼며 신중 모드로 눈높이 맞추기
孫, "새 판 짜기" 강조...적극 발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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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들, 광주서 4인4색 행보


야권 잠룡들, 광주서 4인4색 행보


야권 잠룡들, 광주서 4인4색 행보


김태규 김난영 채윤태 기자 = 5·18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아 18일 광주에 모인 야권 대선 잠룡들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의 민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략에 나섰다. 적극적인 발언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가 하면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겸손 모드를 줄곧 유지하는 주자도 있었다. 각자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애 경쟁을 벌인 것이다.

먼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맨 앞줄보다 한발 뒤로 물러서는 '2선 스타일'을 고수했다. 아직 광주 민심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념식을 45분여 앞둔 오전 9시15분께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대선 후보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먼저 간 것이다.

현직 당대표가 아니어서 지정석이 마련되지 않았던 문 전 대표는 기념식 행사장을 구석구석 돌며 시민 및 지지자들에게 악수와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후 3당 대표들 바로 뒷줄인 두번째 줄에 착석해 기념식에 참가했다.

전날 열린 전야제에선 일부 시민들이 문 전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날 기념식에선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냉랭한 광주민심을 의식한 듯 문 전 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정면 만을 응시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구묘역으로 넘어가며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제창이 불허된 상황과 관련, "논란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 이게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구묘역으로 이동할 때 더민주 지도부와 함께 선두에 서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참배를 했다.

기념식을 10여분 남겨두고 도착한 안철수 대표는 1열에 마련된 당대표 지정석에 착석했다. 그는 전날 전야제에선 문 전 대표와 별도로 접촉하지 않았지만, 이날 기념식에선 뒷줄에 앉은 문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둘 사이에 특별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 대표 역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행사장에 울려퍼지자 기립해 태극기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그는 또 기념식 직후 국민의당 20대 총선 당선인들과 구묘역으로 이동,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인 고(故)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묘를 참배했다. 국민의당 당선인들은 이곳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노래했다.

이동할 때나 자리에 앉을 때도 맨 앞줄에 위치했던 안 대표지만 이날만큼은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념식 이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침묵을 지켰고, 구묘역 인근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광주시의원들에게도 별도의 말을 건네는 대신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는 것으로 격려를 대신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이 허용되지 않은 탓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도 있었던 데다, 최근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점을 의식한 듯 신중 모드 유지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보훈처 결정에 관해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상황에서 일부 보수단체가 행사장을 떠난 점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오후에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추모비에 헌화하고 소록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6일 소록도를 방문한 바 있다.

반면 칩거를 이어오던 손학규 전 고문은 그간의 움직임과 달리 적극적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5·18 묘역을 참배한 뒤 손 전 고문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 및 지지자 등 총 500여명과 광주 북구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 판 짜기'를 거듭 언급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것을 여러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다짐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광주와 전남, 강진, 서울, 충청, 속초에서 온 이 분들이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서 새 판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고 거듭 '새 판'을 언급했다.

그는 또 "5·18의 뜻은 시작이었다,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다, 또한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다"라며 "지금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그러한 새 판을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역시 '새 판'을 언급했다. 야권의 성지 격인 광주에서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상대적으로 더욱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수행원 두 명을 대동하고 기념식 20여분 전에 도착한 안 지사는 국무총리의 헌화가 시작될 때부터 기념사가 이뤄질 때까지 줄곧 눈을 감고 있다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시작되자 제창에 동참했다.

그는 보훈처 결정에 관해서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공연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며 "5·18 당시 불렀던 노래는 우리 모두의 노래고, 정부가 갈등을 일으킬 주제가 아니다"라고 일침했을뿐 별다른 눈에 띄는 행동이나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차기 대선보다 차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안 지사는 3명의 야권 주자보다는 훨씬 더 조용한 광주 행보를 보인 뒤 돌아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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