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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백신' 탓 재접종한 10명…'과다 투여' 책임 떠넘긴 국방부

입력 2021-06-16 09:56 수정 2021-06-16 10:12

군, '맹물주사' 맞은 6명 특정 못해
동시간 접종 21명 중 '희망자' 재접종
국방부 "보건당국 지침 따른 것" 해명
질병청 "불분명할 땐 재접종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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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맹물주사' 맞은 6명 특정 못해
동시간 접종 21명 중 '희망자' 재접종
국방부 "보건당국 지침 따른 것" 해명
질병청 "불분명할 땐 재접종 안된다"

[※ 최승훈의 넘버최크 : JTBC 최승훈 기자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중요한 숫자(Number)의 의미를 확인(Check)해본다는 의미입니다.]

■ 백신인 줄 알았는데…6명은 '맹물 주사'
지난 10일 국군대구병원에서 30세 미만 장병들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6명은 백신 원액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맹물 주사'를 맞았습니다.

화이자 백신 1병에는 6~7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 원액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식염수를 섞어 사람 몸에 주사합니다. 군 의료진은 접종을 마친 뒤 쓰지 않고 남은 새 약병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사용한 약병을 새 약병으로 착각해 식염수만 넣고 장병 6명에게 맞힌 것입니다.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된 7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장병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된 7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장병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습니다. 군 의료진이 '맹물 백신'을 맞은 장병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시간대에 접종한 장병 21명을 추려냈습니다. 우선 이들에게 접종 실수를 알리고 재접종을 원하는 장병 10명에게 다시 백신을 맞혔습니다.

■ 과다 접종 땐 이상반응 위…국방부 "지침 따랐다"
맹물 백신을 맞은 장병은 이 조치로 안전하게 면역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량을 맞은 장병이 한 번 더 주사를 맞았다면 '2배 과다 접종'으로 이상반응을 겪을 위험이 있습니다. 경우의 수를 활용해 계산해보니, 재접종자 10명 중 과다 접종자가 6명 이상 포함될 확률은 94.5%입니다. 화이자 백신 약 1병, 그러니까 6명분이 같은 날, 같은 사람들 몸에 2번씩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입니다. 군 의료진은 이런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국군대구병원 재접종 장병 10명 중 '2배 과다 접종자'가 포함될 확률.국군대구병원 재접종 장병 10명 중 '2배 과다 접종자'가 포함될 확률.
국방부는 “접종 실수를 처음 인지한 뒤 모든 조치를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시행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건당국의 지침이란 질병관리청이 작성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을 말합니다. “권고된 용량의 절반 미만으로 접종하거나 용량 비율을 추정할 수 없는 경우 즉시 허가된 용량으로 반대쪽 팔에 접종하라”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접종 장병 21명이 얼마큼 백신을 맞았는지 추정할 수 없어 이 지침대로 바로 재접종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질병청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과소 접종한 경우는 재접종 대상이지만, 과소 접종이 불분명한 경우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21명 중 누가 맹물 백신을 맞았는지 모른다면 이들 모두를 과소 접종자로 볼 수 없고, 다시 접종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 전문가 “항체 검사 필요”
전문가들도 군 의료진의 조치가 섣불렀다고 지적합니다. 김인중 미국 캔자스주립대 수의대 박사는 “일부 인원에게 식염수를 놓은 게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백신을 일부 인원에게 2배로 투여한 게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심되는 인원 전체에 대해서 2주 뒤에 항체가를 측정하면 누가 식염수 맞은 사람이고 누가 백신 맞은 사람인지 특정할 수 있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국군의무사령부는 어제(15일) 접종 실수 추정 장병 21명과 해당 부대 지휘관 등에게 접종과 설명이 미흡했다고 사과했습니다. 또 재접종을 하지 않은 장병 11명에게 항체 검사 계획을 안내했습니다. 3주 후 질병청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혈액을 채취하고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항체가 생기지 않은 장병은 미접종자로 판단해 다시 1차 접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하루빨리 막으려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오접종 사고가 계속되면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집단 면역 형성을 앞당기려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건당국의 명확한 지침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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