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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앞유리창 뚫고 '쾅'…'달리는 흉기' 판스프링 아직도

입력 2020-11-1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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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로 위의 흉기, 도로 위의 암살자라고도 불립니다. 화물차에 붙어있는 '판스프링'이라는 긴 막대기 모양의 철판인데요. 이걸 불법으로 개조해서 쓰는 일이 많다 보니 헐거워서 달리는 도로에서 곧잘 떨어져 나가고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단속 현장을 함께 다녀보면서 실태가 어떤지, 또 화물운송기사들은 어떤 얘기들을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 고속도로입니다.

앞서가던 화물차에서 정체불명의 쇳조각이 날아옵니다.

바닥에 튕겨져 높이 치솟더니, 승용차의 범퍼를 내려칩니다.

이번엔 국도입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보고 피할 틈 없이 승용차 앞 유리가 박살 납니다.

조수석에 꽂힌 물건은 40~50센티미터 길이의 무거운 쇳덩이입니다.

영상에서 차량을 향해 날아오는 쇠 막대기는 판스프링입니다.

화물차의 차체를 받치기 위해 쓰이는 장치인데, 짐칸의 옆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불법인데요.

경찰의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하겠습니다.

출발한 지 10분 뒤,

[(차량) 밑에다가 지금 (판스프링) 꽂고 가잖아요. OOOO. 순찰차 따라오세요.]

화물차 한 대를 졸음쉼터로 인도합니다.

[지금 이거 여기 꽂아 놓으셨잖아요. 용도가 뭡니까 이거. 이거요, 이거 (짐칸) 문짝 거는 거.]

짐칸 밑에 꽂아서 쓸 용도로, 판스프링을 걸고 주행했습니다.

경찰은 짐칸이 비어 있어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설명합니다.

[심기원/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 (판스프링을) 운반할 때 여기 꽂고 다니면, 나중에 도로 노면에서 슥 뽑혀 나오거든요. (제가 그냥 들어도 빠지나요.)]

손으로 잡아당기자, 손쉽게 빠집니다.

운전기사는 단속을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다고 말합니다.

[(판스프링을) 옆에는 다 걷어 냈잖아요. 뒤에 거는 미처 제가 못해가지고 놔 뒀는데.]

[심기원/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 지난 한 달 정도 단속했는데 100여 건 정도 적발해서 시정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판스프링이) 떨어지면 중앙분리대 반대편으로 날아간다든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엔 휴게소 앞입니다.

주차장에 놓인 화물차들을 검사하는 사이 암행순찰차의 뒤를 따라 적발된 차량이 들어옵니다.

[가시다가 저거 또 적발돼요. 다 들어내세요. 지금 조치 부탁드리고요.]

30분에 한 대꼴로 단속에 걸립니다.

톨게이트 주변에서도 단속이 이어집니다.

이번에 단속된 운전기사는 판스프링 없이 물건을 맡을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실어주는 사람도 처벌해야 해요. 화물 주인이 그걸 확인하고 실어줘야 하는데 우리는 모르잖아요, 어떤 게 뽑아질지.]

앞차를 검사하는 사이에 붙잡힌 또 다른 트럭.

짐칸보다 훨씬 긴 샌드위치 패널이 실려 있습니다.

문이 열려 있고, 판스프링이 받치고 있습니다.

[(판스프링을) 다 잘라야 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지금 못 하고 있죠.]

짐칸에 경첩을 만들어, 판스프링을 고정하면 합법적으로 쓸 수 있지만 적발된 차량 중에서는 한 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짐칸이 없는 트레일러의 사정은 어떨까.

건축 기초 공사에 쓰이는 자재를 만드는 한 공장으로 향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짐칸이 없는 트레일러에 물건을 싣고 내릴 때, 반드시 판스프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확인해보시죠.

20미터짜리 콘크리트 기둥.

지게차로 판스프링이 없는 트레일러에 올립니다.

기둥들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산산조각납니다.

[A씨/화물운송기사 : (물건을 실은 다음에 판스프링을 빼면 안 되나요?) 안 되죠. 지금 보세요. 동그란 제품이기 때문에. 차에서 움직일 거 아닙니까.]

밧줄로 감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받침대 용도로 판스프링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씨/화물운송기사 : 짐을 싣고 다 (판스프링을) 결박하고 움직이지 않게. 빈 차일 때는 공구함에 넣고.]

차체에 용접하면 물건을 싣고 내릴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판스프링이 불법으로 규정되자, 포항 철강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일부 노동자들은 파이프 운송 작업을 멈췄습니다.

[B씨/화물운송기사 : 분명히 짐을 실었을 때는 판스프링이 빠져나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꽉 눌러주고 있기 때문에…]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트레일러를 몰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C씨/화물운송기사 : 수십 년 동안 이렇게 하는데 별문제 없다가, 10월부터 이제 이게 문제가 생겨 버린 거예요.]

국토교통부는 판스프링을 붙였다 뗄 수 없게 짐칸에 고정하되, 짐칸이 없으면 지지대를 세우지 않도록 정했습니다.

정비 전문가는 화물차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입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 (판스프링에) 체인을 단다든가 볼트로 고정을 시키면 되잖아요. 관리가 안 돼 오고 표준이 없다 보니까, 이것이 도로에 떨어지고 튕겨서…]

국토부는 새로운 화물 적재 기준을 만들기 위해 화물업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판스프링이 도로 위에서 누군가를 위협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마련해야겠죠.

(VJ : 최진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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