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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승만 조롱 시' 법정 갈까? 확인해보니…

입력 2016-04-05 22:06 수정 2016-04-0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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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이 두 시가 어제(5일) 큰 논란이 됐습니다. 자유경제원에서 주최한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인데 언뜻보면 이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유경제원에선 입상을 취소하고 심지어 법적대응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문학 공모전에 나온 작품을 가지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겠느냐,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였던 겁니까?

[기자]

지난달 26일이 이승만 대통령이 태어난 지 141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를 기념해 자유경제원에서 여러 행사를 마련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를 기리는 시 공모전이었고, 대상과 우수상, 입선으로 15편이 선정됐습니다.

상도 주고 시 낭송회도 다 했는데, 나중에 앞에서 보신 그 두 편이 문제가 된 겁니다.

입선작인 '우남찬가'를 보면 '한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이렇게 이 대통령을 찬양하는 듯 하지만, 세로로 첫 글자만 보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던 거죠.

[앵커]

저걸 현장에서 읽었다면서요, 다 상 받고.

[기자]

이 두 작품을 냈던 사람은 현장의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이것을 전혀 몰랐었던 모양이군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러면 앞서 함께 봤던 영시 그것도 그렇습니까?

[기자]

예, 이 역시 '약속의 땅으로'라는 제목으로 '이제 짐을 내려놓고 쉬세요.

국제적인 지도자, 승만 리' 이렇게 시작하지만, 앞글자만 따서 보면 '니가가라하와이', 사실 영화 '친구'의 대사였는데 4.19 혁명 이후 하와이로 떠난 이 대통령을 빗대 이야기한 거죠.

서양에서도 어크로스틱, 세로반전이라고 해서 암호를 숨길 때, 긴 문장을 기억하기 좋게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 자유경제원 측에선 "교묘한 사술을 통해 행사취지를 정면으로 거슬러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영시는 사실 눈치채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한글로 지금 앞에 소개한 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눈에 띄었을 것 같은데 그걸 아무도 결국은 못 봤다는 그런 얘기군요. 심사위원장도 몰랐을 테고 민사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이게 형사상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적용을 해 볼 수 있는, 할 수 있는 게 이제 형법 314조에 있는 업무방해죄입니다. 그간의 판례를 보면 위계 그러니까 상대방을 착각하게 하거나 속여서 업무수행을 못하게 한 것. 그리고 또 공정한 업무를 방해한 경우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했는데요.

이러면 지금 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대학교수가 실적을 조작해서 승진했을 때 그리고 또 기업에서 어떤 특정 지원자의 입사시험 성적을 조작해서 합격을 시켰을 때 이때 모두 학교와 기업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해서 업무방해죄로 유죄판결이 난 바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공모전 같은 경우에도 역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

[기자]

워낙 이례적인 사건이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먼저 기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부터 들어보시죠.

[양지열/변호사 : 이게 입선이 됐고, 책자로 만들어졌고. 그러면 그걸 다 회수를 해서 경제적인 손해도 있었을 텐데…(공모자들은) 해프닝 정도에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자유경제원 입장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게 무슨 심각한 범죄는 아니겠지만, 기소를 한다면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거죠. 벌금형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앵커]

'나는 의도한 게 아닌데 우연히 세로로 읽으니 그렇게 됐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실제로 응모자 중의 한 명은 나는 그걸 의도하지 않았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다 주장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이건 이제 상식적으로 판단해 볼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명백하게 문장이 완성이 됐기 때문에 검찰이나 재판부가 이건 고의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과거 판례 중에는 심사를 직접 담당했던 사람이 충분히 꼼꼼하게 보지 않아서 속은 거라면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기소가 안 될 수도 있고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에서는 무죄가 나올 거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게 문학 공모전인만큼 문학계의 의견도 나왔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일단 심사위원장이었던 소설가 복거일씨는 '단순한 해프닝이니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는 "공모한 사람들이야 어떤 작품이든 낼 수 있다. 이건 심사위원들 책임"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정홍수 평론가는 "문학 자체가 특정한 인물을 찬양하라고 있는 게 아닌데 21세기에 이런 공모전이 개최된 것 자체가 상식밖"이라며 "주최측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든 공모전에 오히려 응모자가 문학적으로 맞받아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문학계에서는 법적 대응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모습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에 가보면 자유주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둔다고 했는데, 백과사전에서 보면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 표현을 중시하는 사상 및 운동이고 집단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돼 있습니다.

앞서 문학계 인사도 있었고 과연 강력한 법적 조치가 자유경제원에 더 어울리는 대응방식인지는 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앵커]

이건 해프닝이라고 일단 봐야 되겠죠. 앞으로 김필규 기자가 보내오는 메일은 주의깊게 잘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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