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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코로나 불황…'폐차장' 된 견인차 보관소

입력 2021-01-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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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되거나 오래 방치돼서 견인된 차들은 견인차 보관소로 모입니다. 이렇게 견인돼도 과태료 안내고 안 찾아가는 차들이 많습니다. 4년 전에도 밀착카메라가 그 실태를 전해드렸는데,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은 올해는 더 하다고 합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차량 앞 범퍼가 깨지고, 찌그러졌습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 전체에 녹이 슨 것도 있습니다.

주저앉고, 창문도 없습니다.

제 옆에는 이렇게 다 고장 나버린 승합차가 서 있습니다.

앞에는 경차가 세워져 있는데요.

이쪽에는 영업용 차량인 화물차도 있습니다.

이곳은 폐차장이나 중고차 전시장이 아닙니다.

충청북도의 한 견인차량보관소입니다.

원래 이곳에서 140대까지 차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총 400대 넘는 차량이 보관 중입니다.

차가 워낙 많아 주차선은 의미가 없습니다.

차 사이로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습니다.

들어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차도 보입니다.

견인되어서 방치된 차량 중에는 이런 생계형 영업 차량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 차의 경우에는 샌드위치, 닭꼬치, 그리고 햄버거 사진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는 푸드트럭으로 사용됐던 차로 보이는데요.

창문 안 쪽을 보면 어묵 상자까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방치된 차들에는 옷 장사에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옷들이나, 구직 활동에 쓴 명함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신병은/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장사시설부 : 생활고나 각종 본인이 운영상 어려움 때문에 사업이 망했다든가 신용불량자 등등 해서 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승합차는 지난해 8월에 견인되어서 지금까지 방치 중입니다.

약 반년 정도 방치가 계속 되고 있는 건데요.

이 차 안에 뭐가 있는지 봐보겠습니다.

이런 목공용 접착제, 그리고 박스 안에는 타일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걸로 봐서는요.

여기 명함에 인테리어 업자였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음성사서함입니다.]

받지 않습니다.

연락처가 있는 다른 차들도 연락해봤지만, 번호가 바뀌었거나, 연락 받지 못하겠단 문자를 보내옵니다.

[전화번호 바뀐 지 오래됐어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장기방치할 경우 보관료와 과태료 등으로 백만 원 넘게 내야하다보니 차를 포기하는 겁니다.

더 차를 세울 곳이 없어 지난주부터는 차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신병은/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장사시설부 : 버리는 차들은 많이 늘어나고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까…]

경기도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

번호판을 뗀 차가 대부분입니다.

과태료 납부기한에서 두 달이 더 지난 차들입니다.

탑차 짐칸을 열어보니 상자가 어지럽게 나뒹굽니다.

차량 주인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차량 주인 : 지금 폐차를 시켜야 하는데, 그게 지금 담보 잡혀 있어가지고. 그게 지금 쉽지가 않아 가지고. 아예 망했어요. 장사하다가요.]

[박진근/평택시 송탄견인관리사무소 관계자 : 우리가 끌어오기 시작하면 한 달 안에도 이게(보관소) 차요. 폐차 전에는 공간이 별로 없다고 봐야죠.]

방치 차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에 경기도에서 적발된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백여 대 더 늘었습니다.

차를 오래 방치하는 건 자동차 관리법 위반입니다.

1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선 특별사법경찰관들이 수사하고 있는데, 방치차 주인 대부분은 생계 곤란이 많다고 말합니다.

[조관정/수원시 방치차량 특별사법경찰관 : 이 차주분은 다른 데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어요. 막노동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처리를 하고 싶어도 처리를 못 하는 거예요.]

하지만 수사를 해도 차주가 연락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관정/수원시 방치차량 특별사법경찰관 : 연락처를 찾아봐도 연락처가 없으니까. 집에 가봐도 집에도 없고. 그런 식으로 되어서 방치차량으로 인지되어서 오는 차량이 꽤 많죠.]

제 옆이 있는 이 차들은 팔리지도, 폐차되지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한 채 빛바래가고 있습니다.

살기 어려워서든, 다른 이유든, 사연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이렇게 버려진 차들을 처리하기 위해 또 다시 행정력과 세금이 쓰이는 건 다른 시민들에겐 씁쓸한 모습으로 다가올 겁니다.

(VJ : 서진형 / 영상디자인 : 김충현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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