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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그을린' 고성…삶의 터전 지켜 낸 주민들

입력 2020-05-04 21:33 수정 2020-05-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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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4일) 밀착카메라는 지난 주말 큰 산불이 났던 강원도 고성을 다녀왔습니다. 밤사이에 번지던 큰 불길이 동이 튼 뒤에 잡혔는데, 그 반나절 동안 주민들은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주민들은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다"며 허탈해하면서도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다시,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연지환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불은 폭탄이 터진 것처럼 치솟았습니다.

아닌 밤중 사투가 벌어졌습니다.

산림청 공중진화대가 출동했고.

[뛰어! 뛰어! 뛰어! 뛰어!]

사방으로 튀는 불티를 몸으로 막았습니다.

[바람이 이거 뭐 한쪽 방향도 아니고 제어해도 막 부니까.]

조용했던 저녁 지난해 악몽이 되살아났습니다.

[주민 : 불똥이 조금 튀면, 붙으면 대책이 없어. 금방 끌 수 있고 이런 게 아니에요.]

불이 난지 12시간 만인 다음 날 아침 8시.

큰불이 잡혔습니다.

1년 만에 산불이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축구장 4천 개와 맞먹는 면적이 불에 타버린 이 고성군에서입니다.

현장 바닥은 시꺼멓게 그을려 버렸습니다.

나무 밑동도 전부 다 까맣게 타버렸는데요.

원래는 봄철이라서 푸르게 붙어있어야 하는 이런 나뭇잎들이 전부 불에 타서 말라비틀어졌습니다.

현장에서는 강풍이 너무 심해서 진화작업도 쉽지 않고 이후에 처리작업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날이 밝고 헬기가 투입됐습니다.

산불 잔불 진화작업이 한창인 시간대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저수지에서 산불 진화용 헬기가 물을 퍼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까지 산에서 헬기를 이용해서 불을 전부 진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퍼 나르고 또 뿌립니다.

같은 시각 잔불 정리는 계속됩니다.

소방은 아래서, 산불진화대는 산속에서 정리합니다.

또 다른 산자락입니다.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주민이 신고를 해서 잔불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건데요.

소방대원들과 산불진화대가 나서서 이 묘지 뒤편에 있는 잔불을 모두 정리하고 있습니다.

땀이 흥건하고 얼굴은 많이 그을렸습니다.

[홍성민/북부지방산림청 산불진화대 : 아쉽죠. 많이 탔으니까. 진작 껐으면 덜 탔겠죠. 바람도 워낙 강하고.]

조사도 진행됩니다.

원인은 화목 보일러에서 나온 불길로 추정됩니다.

아직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조형윤/강원 고성군 운봉리 : 항상 걱정은 많이 하죠. 그래서 대신, 이런 대비 같은 건 많이 하게 되죠.]

화마는 싫어도 매번 주민들을 찾았습니다.

불안하지만 스스로 단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돌아간 뒤 피어오르는 연기를 찾아 물을 붓습니다.

[조병남/피해 주민 : 바람이 불면 날아가잖아, 그럼 또.]

불을 피하지 못한 무덤, 함께 울고 웃던 아내입니다.

[조병남/피해 주민 : 살아서도 고생시키더니만 죽어서도 고생시키네.]

사투의 흔적이 그대로입니다.

[정해덕/강원 고성군 도원리 : 이걸로 물 틀어서. 소방차들만 의존해서 끌 수가 없어. 봄만 되면 연례행사니 어떻게 하면 좋겠나.]

봄철 산불에 잠 못 드는 일상이 됐지만.

[강대헌/강원 고성군 학야리 : 나도 밤새워서. 한 서너 시간 잤어. 자고 이제 정신이 드는데.]

지켜 내야 합니다.

[강대헌/강원 고성군 학야리 : 작년 산불처럼 확산되면 순식간에 여기 뭐. 내가 방송하고 전화 빨리해서 삼삼오오 몰고 나가라.]

또 올지 모를 불을 대비합니다.

[정길해/강원 고성군 도원1리 : 화재보험을 들었지. 이건 군에서 주는 거니까는. 소화기 비치해 놓고.]

[주민 : 내가 한 번 당하고 나니까. 항상 물 갖다 놓고 용접을 해요. 호스 저기도 물 갖다 놓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수습해 나가야 합니다.

[장영자/강원 고성군 학야리 : 이거 싹 다 벗겨지고. 지금 씌우고 있잖아. 아침 내내 꼼짝도 못 했어.]

불이 꺼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터전을 계속 지켜야 합니다.

[장영자/강원 고성군 학야리 : 우리 집도 여기도 살아났고. 이게 다 하느님이 살려줘야 먹는 거야.]

마음을 쓸어내린 주민들은 다시 강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려버린 강원도의 봄날은 올해뿐만은 아닙니다.

언제쯤 온전한 색깔을 볼 수 있을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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