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어 야권 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계는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기로 했고,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14일) 여당 발제에서는 100만 촛불 시위 이후 급변하고 있는 정치권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지난 주말, '100만 촛불'의 함성은 하나였습니다. "대통령은 퇴진하라" 그날 이후 정치권도 본격적인 '퇴진'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1면에 사설을 실었습니다. 각각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진보 신문과 보수 신문이 동시에 1면에 사설을 실은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퇴진' 국면이 확고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대통령 퇴진'이라는 민심을 받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거라는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먼저 야권의 공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청와대에 돌발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추미애 대표/더불어민주당 : 오늘 이른 아침에 제1당 대표로서 청와대에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긴급 회담을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그러한 자리를 갖고자 합니다.]
그야말로 폭탄 발언이었습니다. 그동안 야3당은 나름대로 공조를 튼튼히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탈당하고, 2선 후퇴를 분명히 해야 영수회담이 가능하다는 게 일치된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추 대표가 독자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면서 내일 영수회담이 열리게 됐습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국민의당 : 제안한 추미애 대표나 받아들인 박근혜 대통령이나 똑같다. 역시 야권은 균열되고 그러면 대통령의 임기는 살려갈 수 있다는 그 덫에 우리가 빠지고 있다, 그렇게 봅니다. (야권 분열을) 기다리고 있는데 갖다 밥 넣어준 거지.]
[심상정 상임대표/정의당 :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에게 혼란만 줄 뿐입니다.]
추 대표는 영수회담에서 하야와 탄핵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후통첩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추 대표의 돌발 제안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야권 분열을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대선주자들이 격돌하는 상황도 펼쳐졌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금 사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이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결국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과 책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내 최대 세력인 문재인 대표가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사실 뭐 그동안 입장이 계속 바뀌어왔지 않습니까?]
'100만 촛불 집회' 이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막다른 길에 내몰렸습니다. 퇴진 압력이 더 거세졌습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퇴진을 압박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준석/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 대표님, 대통령께서 먼저 책임지셔야 됩니까? 아니면 대표께서 먼저 책임져야 됩니까?]
[이정현 대표/새누리당 : 그것이 지금 우선순위가 어디 있겠습니까. 국민들 앞에 우리가 지금 큰 죄를 지었는데.]
[이준석/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 대표님, 3주를 기다렸습니다. 더 늦어지면 안 됩니다. (이정현 대표님 즉각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오늘은 이 대표가 12월 20일쯤 사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추가로 밝혔지만, 호응하는 의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비박계는 아예 별도의 지도부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대선주자들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를 발족하기로 하고, 실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한지붕 두가족, 사실상 분당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황영철 의원/새누리당 :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신임 받지 못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하는 책임 있는 그런 운영체제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이정현 대표가 뭘 어떻게 하는 거에 대해서 저희들이 일일이 대응해야 할 그런 가치도 사실 느끼고 있지 못 합니다.]
비박계는 별도의 지도부를 띄우면서, 동시에 대통령 퇴진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오늘도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새누리당 : 분노한 국민들의 거리에서의 요구인 하야, 이것을 바로 받아들인다면 그에 따른 또 다른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헌법 절차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길은 탄핵 밖에 없다, 하는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가지고 말씀드린 겁니다.]
오늘은 음악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김광진의 '편지'입니다. 주말 촛불집회는 100만 명이 대통령에게 띄우는 거대한 편지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이별의 편지. 정치권은 하야부터 탄핵까지 여러가지 해법을 놓고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답장을 보낼 차례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100만 촛불'에도 분열하는 정치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