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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경제] 동물 치료 '부르는 게 값'…실태 확인해보니

입력 2015-10-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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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린 강아지들은 자주 토하기 마련인데 무작정 개복 수술을 해라… 물론 일부 동물 병원의 과잉진료 사례입니다. 이건 한 단면에 불과한데요. 반려견 천만 마리 시대지만 동물 의료체계는 여전히 후진적입니다.

오늘(13일) 꼼꼼한 경제는 부르는 게 값인 동물 치료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정은/몰티즈 견주 : 밥 먹다가도 옆에서 같이 먹고 컴퓨터도 옆에서 같이 해요.]
[김범수/보더콜리 견주 : 저희도 아직 애가 없어서 얘를 딸처럼 키워요.]

하지만 고충이나 불만도 있습니다.

[김정은/몰티즈 견주 : 고관절이 빠져서 병원 한군데에서 엑스레이 찍고 알아보니 수술비가 백만원인데 다른 병원 가보니 양쪽 다 수술해야 한다며 2백만~3백만원 하더라고요.]
[이주영/전 요크셔테리어 견주 : 중병이나 사고가 나면 한군데 뿐 아니라 여러 군데 다닐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김범수/보더콜리 견주 : 제일 불편했던 건 설명을 안 해준다는 거요. 무조건 그냥 하니까요.]

실제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동물병원의 진료비 기준이 없다는 점이 개선사항 1순위로 꼽혔는데요. 현실은 어떤지, 또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근무했던 이모 씨는 최근 병원을 그만뒀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겁니다.

[이모 씨/전 동물병원 간호사 : 2~3개월 강아지들은 자주 토하잖아요. 근데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안 하면 죽는다는 식으로 얘기해요. 우선 배를 가르고 위를 꺼내서 자기 힘으로 주물럭주물럭 해요. 수술 안 했으면 큰일 났다고요.]

진료비 책정도 터무니없었습니다.

[이모 씨/전 동물병원 간호사 : 기분이 좋으면 그냥 엄청 싸게 해주고 자기 마음대로예요 항상. 잘 모를 것 같은 사람들, 어리바리해 보이는 사람들은 더 받고요.]

일부 병원의 이야기이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여전히 선택이 어렵습니다.

일반화된 고양이 중성화 수술. 같은 조건이지만 병원마다 비용이 달랐습니다.

[혈액검사, 수술비 포함해서 39만원.]
[암고양이는 30만원이요.]
[48만4200원이고요.]

수술 후 입원에 대한 견해도 다릅니다.

[입원은 필요 없어요.]
[하루 정도 입원시켜야 해요.]
[저는 입원 안 시켜요. 고양이는.]

이런 차이는 1999년 정부가 진료비 담합을 막는다는 이유로 동물 의료 수가제를 폐지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수의사회도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손은필/서울시수의사회장 : 수의사의 전문성, 병원 입지조건, 인건비, 고가 의료장비, 어떤 약품을 쓰는지 등 가격 결정요소가 종합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부담을 막을 대안으로 민간보험이 거론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반려동물 보험이 출시된 보험사는 두 곳뿐이고, 올 상반기 계약 건수는 두 회사를 합쳐 8백건에 그쳤습니다.

[나기정 교수/충북대 수의학과 : (민간보험이) 보편화된다면 표준 진료수가처럼 이런이런 질병에 대해서는 이런이런 처치를 해야지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든지 할 겁니다.]

해외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세계적으로 보험 상품이 가장 많은 영국, 일부 기업이 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미국,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반려동물 보험시장은 미개척지나 다름없습니다.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천 3백명의 조합원들이 동물병원을 꾸린 곳도 있습니다.

[김현주 사무국장/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 독일의 경우 일정 최저라인을 정해놓고 몇배까지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있다고 해요. 어느 정도 기준이 마련돼야 불신이 없어질 겁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반려동물들. 이들을 위해서라도 선진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첫걸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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