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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열음 "무대에선 무아지경…자기 음악소리 안 놓쳐야"

입력 2015-05-20 22:24 수정 2016-03-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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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 중간에 피아노 연주가 흘러서 좀 놀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뉴스룸은 가끔 이럴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손열음 씨가 연주한 영상을 잠깐 보셨습니다. 이 대회에서 손열음 씨는 준우승과 함께 두 가지 상까지 휩쓸면서 역대 한국인 참가자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오늘(20일) 뉴스룸이 초대한 매우 특별한 손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손열음 씨를 만납니다. 오랜만입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안녕하세요.]

[앵커]

2013년, 제가 라디오 할 때 만나 뵙고 2년 만에 뵙네요. 그때랑 전혀 바뀐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고 전혀 바뀐 게 없습니까?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저는 없는 것 같아요 (기분으로도? 왜 여성분들은 서른 하면 잔치가 끝났다면서…) 사실 연초에는 조금 느낌이 색다르긴 했어요. 앞자리 수가 오랜만에 바뀌니까. 근데 아직 제가 29살이라서 만으로…]

[앵커]

그래도 우리나라에 오시면 우리 나잇대로 하는 거니까 (맞습니다.) 조금 느낌이 달라진 게 있었던 모양이죠? (네 연초에는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점점 더 달라지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좋은 방향으로…

다시 말하면 원숙한 피아니스트가 돼 간다라는 뜻으로 말씀드린 건데 사실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원숙한 그런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조금 아까 본 차이코프스키 상 받을 때 장면이잖아요. 근데 콩쿠르에 나간 사람 같지 않고 그냥 평소 연습하듯이 하시는 그런 느낌. (감사합니다.) 원래 그렇게 긴장을 안 하시는 편인가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사실 평소에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긴장을 좀 덜 하긴 해요. 근데 저 콩쿠르에서는 제가 조금 많이 떨었어요.]

[앵커]

많이 떤 편이 저 정도라는 말씀이신 거죠? 다른 분들이 들으면 망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아까 보여드린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이 저희 JTBC에서 나갔던 드라마 '밀회'에서 워낙 손열음 씨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됐습니다. 알고 계시나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저도 봤어요. TV로요.]

[앵커]

거기에 대사가요. 유명한 대사가 하나 있습니다. 왜 손열음이 대단하냐,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내기 때문이다. 이건 김희애 씨가 극 중에서 한 말인데요. 뜨거운 걸 냉정하게 읽어낸다, 동의하십니까? 저는 냉정한 것도 뜨겁게 읽어 내시는 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손열음/피아니스트 : 고맙습니다. 두 개 다 너무 칭찬해주시는 것 같은데 저는 사실 그 대사에 감동받았고 너무 감사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약간 그런 식으로 진짜 작업하는 것 같아서, 왜냐하면 사실 무대에서는 이제 정말 모든 거를 아무 생각 없이 정말 거의 무의식적으로 드러내야 되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약간 되게 좀 차갑게 열심히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고 해서…]

[앵커]

저는 근데 아직까지도 잘 그 부분이 이해는 안 갑니다. 왜냐면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지금 손열음 씨 뒤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면 저 비디오 월에요, 저 모습이 어떻게 냉정한 모습인가 마치 바람이 부는 데서 연주하는 것처럼…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그러네요. 진짜. 사진 연출한 게 아닌데…]

[앵커]

책을 내셨는데요. 대개 이런 자리에 나와서 책 냈단 얘기하면 책 선전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데, 그냥 선전하죠 뭐,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제가 2010년 5월부터 연재를 했었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앵커]

신문사에 계신 분들이 '이거 손열음 씨가 쓴 거 맞아?'라고 그랬다던데요? 너무 뭐랄까 글솜씨가 수준급이셔서 '누가 대신 써준 거 아냐?' 뭐 그런 건 아니겠죠?

[손열음/피아니스트 : 예 전혀. 읽어보시면 아실 거예요. 그렇게 좋은 솜씨가 아니라서…]

[앵커]

예. 성격상 남한테 대필시킬만한 분이 아니란 건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지금 시중에 없습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아직 안 나왔어요.]

[앵커]

저한테 처음 주신 거라면서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맞습니다. 영광이에요.]

[앵커]

제가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제가 얼핏 폈더니 벤 클라이번 얘기가 나오더군요. 제가 피아노를 잘 모르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많이 듣는 편도 아니고요. 근데 딱 하나 유일하게 아는 척하는 사람이 벤 클라이번이거든요. 왜냐면 제가 고등학교 때 이분이 젊었던 아주 그 젊은 피아니스트기수로서 전 세계적으로 날리긴 했지만…매우 가까웠던 분인가 보죠?

[손열음/피아니스트 : 제가 벤 클라이번 콩쿠르에 나갔었어요. 2009년에. 그때 제가 이제… 그분이 살고 계시던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경연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 경연을 계속 보러 오시고, 이렇게 하면서 되게 친하게 되었고 그다음에 2011년에 제가 차이코프스키를 하러 모스크바에 갔을 때는 그분이 직접 오셔가지고 조언도 해주시고 했었어요.]

[앵커]

그때 처음 만나 뵀었을 때가 이미 벤 클라이번은 70대였다면서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예. 할아버지…]

[앵커]

저는 한 40년 전에 이분을 알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제가 기다리는 동안 잠깐 한 페이지 정도 봤는데 그 신문사 분들이 한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감사합니다.]

[앵커]

제가 듣기로는 그 평소에 고전, 인문학에 굉장히 관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논어도 읽으셨다면서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예. 아주 살짝]

[앵커]

아니 살짝 이고 아니고 우리 나이 서른의 여성분이 논어 읽는다는 건 쉬운 건 아닌데…

[손열음/피아니스트 : 많이 읽으시는 거 같던데요.]

[앵커]

아 그런가요? 제가 과문해서 그런가요? 왜 논어일까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저도 그게 알고 싶어서 논어를 봤어요. 근데 그렇게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 이제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뭐라 그러지 기본적으로 깔린 사상 같은 것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보게 됐던 거 같아요.]

[앵커]

지금 그 하노버 국립음악대학이죠? (네) 박사 과정에 계시는데, 2년 전에 저를 만났을 때도 박사과정에 계신 거 같았는데, 잘 안 끝나던가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그게 제가 일부로 안 끝내고 있어요. 학생 신분도 너무 좋고 배우는 것도 너무 좋고 그 도시도 좋고]

[앵커]

근데 그 과정이라는 게 끝이 있다는 전제하에 있는 거잖아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앵커]

언제까지 그걸 하실 겁니까?

[손열음/피아니스트 : 학교에서 쫓아낼 때까지는 해보려고요]

[앵커]

저런 장면이 나올 때 제가 아까 말씀드린 정말 머릿결이 휘날릴 정도에 저런 연주를 하실 때 어떤 생각으로 하십니까?

[손열음/피아니스트 : 그 무대에선 정말 생각이 좀 안 나거든요. 무아지경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딱 하나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있다면 제가 하고 있는 거를 계속 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마치 남의 음악을 듣듯이 그게 아니라 어느 순간 그 지점을 너무 넘어서거나 너무 뒤로 나오면 딱 흐트러지기 때문에. 그래서 계속 쭉 들어야지 그래야 하는 거 같아요.]

[앵커]

그거는 저 같은 사람한테도 던지는 시사점이 굉장히 크네요. 저 같은 사람들은 말하면서 사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말을 하면서도 제 말을 다 듣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거든요, 그래야 잘못된 말을 하면 나중에라도 수정하고 중간에라도. 그게 이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죠. 근데 똑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자기 연주 자기가 들으면서, 모니터하면서 굉장히 피곤하시겠네요. 여기서 연주회도 곧 가지시죠? (네) 언제 하십니까?

[손열음/피아니스트 : 제가 21일에도 공연이 있고, 27일하고 28일에는 출간 기념해서, 출간 기념음악회를 독자분들하고 가지는 시간이 있고요.]

[앵커]

출간기념음악회는 좀 다를까요? 다른 음악회하고?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제가 다, 이 책에 나오는 제가 썼던 (여기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등장하던데) 그 관련된 곡이나 제가 이 책에 들어가는 곡들만 선정했고요. 그리고 중간중간 대화도 나눌 예정이에요]

[앵커]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요? 하게 되면.

[손열음/피아니스트 : 사실 저는 조금 궁금하거든요. 독자들이 이런 글을 보시고 어느 정도로 생각하실지, 어떻게 생각하실지 이런 것도 질문을 받고 싶고. 왜냐하면 저는 음악을 직접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을 안 하시는 분들의 시각으로 이게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지가 잘 모르겠어서 그런 것도 알고 싶고.]

[앵커]

연주자가 청중에게 더 궁금해하는 그런 연주회가 될 것 같군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제가 궁금한 게 되게 많아요.]

[앵커]

저는 원래 그런 공연장 가서 나오신 분들이 청중들한테 말시키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나는 들으러 왔는데 왜 자꾸 말을 시키려고 하지… (그럼 좀 줄여야겠네요) 아니 그건 그냥 제 생각일 뿐이고요. 정말 그건 제 생각입니다. 손열음씨 연주회 가는 분들은 전혀 저하고 다른 분들일 테니까 염려 말고 많이 물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백건우 씨를 만나 뵀을 때요. 제가 굉장히 단순 무지한 질문을 드렸었거든요. 연주라는 것이 악보를 보고 하면 되는 건데 한 음 한 음 왜 그렇게 해석이 들어갈 필요가 물론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결정적인 것이냐 다시 말하면 손열음과 백건우의 연주가 뭐가 그렇게 다른 것이냐. 라는 질문이 성립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손열음/피아니스트 : 사실 그 질문이야말로 핵심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게 사실 딱 100년 된 행위잖아요. 그전까지는 음악을 지었던 사람이 직접 연주를 했고 계속 그렇게 지금의 팝음악을 하듯이 현존하는 뮤지션들이 자기 음악을 연주했을 뿐인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그분들이 다 죽고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이 그 음악을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해석이라는 게 오로지 그 딱 키워드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됐잖아요. 근데 저도 항상 이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이 행위가 그래서 어떤 정도의 의미가 있는지. 근데 그만큼 클래식 음악의 가치가 있다는 거에 대해서 저 같은 사람,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공감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연주자라는 사람이 없으면 사실 클래식 음악은 죽은 거잖아요. 없어진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앵커]

그러니까 이런 거죠. 팝음악 같은 경우에 편곡도 하고 사람의 음색도 다르고 다른 사람이 부르면 여러 가지 버전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클래식 같은 경우에는 편곡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또 피아노도 좀 질이 좋은 피아노와 덜한 피아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피아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를 수밖에 없다. 라는 말씀인가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사람이 다르니까. 제 생각에 음악은 진짜 사람이 그대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개개인이 다르니까 그 클래식 음악이라는 가치 있는 것을 전하려면 그 사람을 통해야 되고 그래서 그렇게 달라지게 된 거 같아요.]

[앵커]

알겠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2년 전에 만나 뵀을 때 마지막 질문으로 어떤 연주자로서 남고 싶으냐. 라고 질문을 드렸을 때 마지막 연주를 잘하는 연주자로서 남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저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신다. 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지금도 꿈은 똑같은데 조금 더 추가된 거 같아요.]

[앵커]

어떤 걸까요?

[손열음/피아니스트 : 매번 최선을 다하는 그런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앵커]

말씀 듣고 보니까 그것도 저랑 비슷한 거 같습니다. 제가 뉴스 끝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거든요. 물론 그렇게 하고 있는가는 좀 따져봐야 되는 문제입니다만. 아무튼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늘 이렇게, 두 번째 뵙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말씀 나누면서 뭐랄까요. 굉장히 좋은 기운을 얻는 분인 것 같습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 고맙습니다.]

[앵커]

아마 우리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같은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 감사합니다.]

[앵커]

오늘 좋은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손열음/피아니스트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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