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민심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지난 22~23일 광주에서 격돌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이 각각 '수성'과 '탈환'의 토대를 만들었다며 동상이몽을 꾸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형성된 후 서로 주거니 받거니 경쟁하듯 호남을 찾아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22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김경진·이용주 의원의 청문회 보고회를 안 전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강철수와 국민요정-대한민국 정정당당 토크쇼'로 확대 개최했다.
문 전 대표가 이날 자신의 지지모임 '포럼 광주' 출범식에 참석, 방송인 김제동씨와 토크콘서트를 하기로 하자 '맞불'을 논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토크쇼에서 "두 번의 실패는 없다"며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호남이 다시 한번 제 손을 잡아주신다면 절대로 호남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문 전 대표의 토크쇼가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 5000석은 남녀노소를 망라한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좌석에 앉지 못한 지지자도 다수였다.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행사장 지근거리인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열린 토크쇼에 참석, "(대선을) 끝까지 돌파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강철수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 바로 광주"라고도 강조했다. 일가정양립지원본부도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물결로 넘실거렸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첫 공식일정부터 차별화를 시도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문 전 대표는 광주 첫 일정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유품이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방문해 '대통합'과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안 전 대표는 5·18 당시 헬기 총격 흔적(추정)이 발견된 전일빌딩을 찾아 "국민의당이 발포 명령자 색출과 장소 보존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호남 적자를 자임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1박2일, 안 전 대표는 2박3일간 호남을 훑으며 민심 얻기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파동'과 '비박 연대 논란'으로 호남 지지율 우위를 문 전 대표보다 3배 이상 많은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광주 공식 일정 소화 후 서울로 귀경, 호남 중진 의원들과 '폭탄주 회동'을 한 후 다시 광주로 복귀할 정도로 광폭행보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측은 서로 광주대전에서 승기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핵심 관계자는 문 전 후보의 잇따른 구애로 "호남 반문 정서가 상당부분 걷혔다"면서 "예전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다"면서 "우리 행사에는 1만명이 참석한 반면 안 전 후보 행사에는 3000명도 참석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광주포럼 참석자 중에 장년층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들은 반문정서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며 "호남 민심이 조금씩 돌아서는 상황에서 이분들도 본인이 직접 와서 보고 후보를 지지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토크쇼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호남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미 돌아섰다"면서 "오늘 행사에 1만명이 온 것을 봐라. 이제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대화해 보면 '문재인이냐 아니냐'가 주제다. 다른 주자들은 언급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당원 동원이 없었음에도 인산인해였다. 국민의당 자강론, 녹색바람 재연에 대한 기대감이 무엇보다 컸다. 청년층에서 노년층까지 자발적 참여자 많았다. 총선에서의 '녹색바람'이 다시 일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도 "오랜만의 안 전 대표와 호남인간 스킨십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보여준 전폭적 지지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지역민의 바람이기도 했다. 패권주의에 대한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반감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도 "민심과 당원에 반응하는 속도가 높아졌고, 기대감이 다시 살아난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안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미덥지 못한 부분 해결됐고, 정권교체 의지가 분명해 보여 신뢰가 갔다는 반응이 대다수"라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