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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회담 스타일 "김대중 기승전결 화법, 노무현은…"

입력 2013-06-26 18:26 수정 2013-11-25 20:22

30년간 대통령 통역한 최정화 교수 "회담 내용, 죽을 때 까지 극비"
"각국 정상중 최고 젠틀맨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박 대통령 방미중 영어연설 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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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대통령 통역한 최정화 교수 "회담 내용, 죽을 때 까지 극비"
"각국 정상중 최고 젠틀맨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박 대통령 방미중 영어연설 잘할 일"

[앵커]

아주 바쁘고 귀한 분 모셨습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최정화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동시통역사로 역대 대통령 5명의 정상회담을 12차례나 통역한 진기록의 소유자, 2003년엔 한국여성 최초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으셨습니다.



Q. 한중회담, 지금 어떤 준비가 이뤄지나?
- 정말 많이 분주할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스포츠 등등 어느 주제가 나올지 모른다. 다 공부해야 한다.

Q. 정상회담, 주로 어떤 나라의 통역을 맡았나?
- 내가 운이 좋은게 처음 1986년 한국-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해 한불정상 통역을 맡았다. 그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통역,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 알제리 대통령, 스위스쪽, 그리고 아셈, 에이픽 불어권 정상이 오면 통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통역한 적있다.

Q. 정상회담에서 가장 말을 잘했던 대통령은?
- 통역사 친화적인 대통령은 전두환, 김대중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문장이 명료하고 간단하고 핵심이 있었다. 상대방 정상과 기싸움에서 밀리지도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워낙 논리적이고 기승전결이 있는 명료한 문장을 구사하셨다.

Q. 첫 정상회담 통역, 당시 떨리지 않았나?
-1986년 스물몇살때 처음 한불 정상 통역하는데 너무 긴장했었다. 그래서 입을 움직여 말은 하는데 2~3초 동안 소리가 안 나왔다.

Q. 통역사 얼마나 어느정도 준비해야 ?
-군사 정치 경제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통역사는 따로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정말 인간 활동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 꽃, 향수 이름부터 지대공 미사일 이름까지 다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든 의뢰가 들어와도 통역 할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이라도 통역사들은 자기 마음대로 통역할 수 없다. 항상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한다.

Q. 김영삼 전 대통령, 통역하기 어려웠던 점은?
- 사투리가 조금 있으셔서 어려웠다. 김 전 대통령께서 거제도 출신이시라 많은 물고기 이름을 말씀하셨는데 내가 모르는 이름도 있었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잘 전달해 드렸다.

Q. 한국-프랑스 문화재 반환 갈등, 당시 분위기는?
- 그때 아주 긴장감이 팽팽했다. 한국-프랑스 문화재 반환 갈등시 프랑스 외무성쪽의 위탁을 받아 통역을 했었다. 근데 한국 국적을 가진 나를 100% 믿어줬다. 그들은 내가 한국말로 어떻게 통역하는지 체크할 수 없음에도 통역사의 프로정신을 믿기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Q. 김대중 전 대통령, 통역하기 어땠나?
- 정말 놀란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상황, 어떤 주제,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논리적으로 기승전결로 말씀하셨다. 한 번은 아셈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하셨는데, 아셈 통역은 17~8개국어으로 동시통역된다. 너무나 많은 언어로 다시 나기기 때문에 한번 더 한국어로 연설하셨다. 나중에 여쭤보니 한국어 하면 전문통역사가 정확한 영어로 통역하니까, 다른 나라 통역사들이 통역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배려를 해주셨다. 정말 박학다식한 분이셨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 스타일은?
-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리적이고 화끈한 스타일이셨다. 알제리와의 정상회담 일화가 있다. 알제리에서 북한도 많이 다녀와, 그쪽에서 북한 이야기를 많이 하니,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 흐름을 바꾸기 위해 갑자기 우리 한국에서는 여러사람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새마을 운동도 했다고 하시면서 새마을 운동 노래를 직접 부르셨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알제리 대통령과 통역한 내가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 일화는 처음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노래를 듣고 이런 내용이라고 번역해 드렸다. 그런 면에서 통역은 정말 다방면의 지식을 알아야 해서 어렵다. 그러나 역사의 한 장면에 동참할 수 있다는 특권이 있다.

Q. 통역사도 회담내용 공개 금지령 받나?
- 극비이고 죽을때까지 가지고 간다. 그건 국가기관이 결정할 사안이지 통역사는 의사소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런 역사적인 내용을 공개할 자격도 없고 권리도 없다.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지만 통역사 교육을 받을 때는 기본이다. 외국에서는 비밀 유지계약을 어겼을 때를 위한 보험이 있지만 그 보험금을 타갔다는 통역사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대화내용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때 한 오찬 음식메뉴 조차도 통역사 입을 통해 나가서는 안된다.

Q. 통역 30여년 동안 한번도 발설한 적 없나
- 나는 통역내용을 가족인 남편에게도 말한 적 없고 남편도 한번도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통역했지만 단 한번도 이야기 한적 없다. 정상회담의 양측 기록관이 기록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뒤 국가의 원칙 하에 기록물이 공개되어야 한다.

Q. 국정원 대화록 공개, 어떻게 보나.
- 공개한 주체가 국가기관의 주체였다. 어떤 룰에 대해서 공개하는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Q. 한미정상회담을 볼때 잘 될줄 알았나.
- 눈빛과 거리만 봐도 이야기가 잘 풀릴지 직감적으로 알수 있다.

Q. 각국 정상들 중, 최고 재담가와 매너남은?
-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경우, 통역사를 만나도 손등에 키스하며 인사할 정도로 아주 젠틀맨이었다. 우리 대통령과 만났을 때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경우 아셈회의 할때 EU 의장국 자격으로 왔다. 청와대에서 정상들이 식사하는데 한정식으로 김이 식사때 나왔다. 근데 김이 너무 맛있으셨는지 뒤에 있는 나한테까지 줬다. 주셔서 먹긴 했는데 이에 낄까봐 걱정이 됐다. 근데 내가 잘먹는 것처럼 보이셨는지 나중에 한접시 더 시켜서 더 주셨다.

Q. 정상회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국빈 디너를 할때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통역사도 롱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나한테 맞는 드레스가 없어서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를 한참 다녀서 밤새 치맛단을 줄인 적이 있다.

Q. 한중회담 하루 앞둔 박 대통령게 조언한다면
- 미 의회 영어 연설은 아주 잘 하신 것이다. 두 정상간의 대화에서는 정확한 의미전달을 위해 한국어로 말씀하신 것도 잘하셨다. 미 의회에서 연설은 일종의 공연, 포퍼먼스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언어로 한 것은 잘 한 것으로 본다. 상황에 따라 모국어와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우리도 외국인이 한국말 하면 정이 더 가지 않나. 이번에도 최대의 방중 효과를 얻어내야 한다. 외국어 능력도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사람들에게 들어보니 박 대통령의 불어 발음이 정확하고 간단한 의사소통은 하신다고 하신다. 이제는 30년 넘게 통역하다 보니 한국을 통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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