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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시신 발견…전국 방치 폐건물 400곳, 대책은 없나

입력 2019-02-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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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십년 넘게도 방치가 돼있는 폐건물들, 전국에 400곳 가까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광주의 한 건물에서는 노숙인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었는데요, 사고는 이렇게 이어지는데 철거는 할 수 없습니다. 사유재산이어서입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넷 방송 진행자 38살 박모 씨는 지난 주말 광주광역시의 한 폐건물을 찾았습니다.

이른바 '흉가 체험'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입니다.

방송 중 건물 내부에서 시신을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숨진 사람은 60대 남성 A씨였습니다.

[광주 서부경찰서 관계자 : 가스레인지도 있고 이불도 있고, 옷도 있는 것이 보니까 거기서 숙식을 아마 하셨던 걸로 보입니다. (주민등록은) 아주 오래전에 말소가 됐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건물입니다.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쳐놨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쪽 담벼락이 무너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넘나들 수 있어 보입니다.

안쪽에는 쓰레기와 나무덤불이 가득합니다.

해당 건물이 세워진 것은 1950년대.

고아원과 양로원으로 쓰이다 2007년 문을 닫았습니다.

10년 넘게 관리가 안 된 것입니다.

[인근 주민 : 무섭죠, 솔직히 무서워요. 피해 다니고 그러지. 여기서부터 달려버린다니까.]

주민들은 직접적인 피해도 호소합니다.

[인근 주민 : 쓰레기, 모기, 파리…냄새 엄청나죠. 우범지역이에요. 술 먹는 사람들이 밤낮 들락거려.]

건물 소유주는 인근에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무단 침입자를 신고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철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해당 사회복지법인 관계자 : 철거하려고 해도 지금 돈이, 법인에 돈도 하나도 없고 매매하려고는 몇 번 시도를 해 봤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

지자체는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 : 사유지다 보니까 저희가 따로 관리를 하거나…울타리가 쳐져 있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쉽게 들어갈 거란 생각도 하기가 어렵고요.]

폐건물에서 사고가 벌어진 것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한달 전 불이 났던 충북 청주시의 폐건물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나무 합판으로 입구를 막아뒀는데요.

지난달 불로 노숙인 1명이 숨진 이후 이뤄진 조치입니다.

[전민 : 여기 서문동 쪽에 빈 건물이란 걸 많이 알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와서 자다 보니까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해당 건물은 지난해 11월에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인근 상인 : 불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또 들어가는 거예요. 심각하게 안 생각하고 인명사고도 없으니까 그냥 넘어갔겠지.]

바로 옆 상가도 10년 넘게 비어 있습니다.

원래는 다방이었던 곳입니다. 테이블과 의자를 보면 먼지가 이렇게 까맣게 묻어나올 정도고요.

이쪽에 보면 음료수 병에 적힌 유통기한이 2007년입니다. 옆이 있는 달력도 날짜를 보니 10년이 넘은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특례법으로 지자체는 1년 이상 비어 있는 빈 집을 정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은 주택에만 적용됩니다.

주택이 아닌 폐건물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것입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역입니다.

역을 나서면 바로 맞은편에 12층 건물이 있습니다.

뼈대만 남은 채 20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임진선 :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늘 좀 보기 불편, 흉물스럽고 그래요.]

해당 공사의 시행사가 부도난 것은 1998년.

2012년 새 건물주가 나타났지만 공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양시청 관계자 : 장기적으로 오래 방치된 건물이다 보니까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인근 대지의 일부분을 또 사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이렇게 방치된 건물은 전국에 400개에 달합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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