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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브] 그날 검찰 얼굴 붉힌 이유는?…'사법농단' 비하인드

입력 2019-06-19 17:40 수정 2019-06-19 20:36

이색 풍경·긴장감 가득했던 '양승태 첫 재판'
노골적인 지연 전략…"불구속 재판 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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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풍경·긴장감 가득했던 '양승태 첫 재판'
노골적인 지연 전략…"불구속 재판 노리는 듯"

10명에 가까운 변호사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에 들어서는 피고인을 맞이합니다. 피고인의 진술을 듣는 검사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합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벌어진 풍경입니다. 피고인이 누구였는데 이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을까요?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입니다.

변호인단의 예우를 받으며 입장한 양 전 대법원장은 무려 25분 동안 피고인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준비한 원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소장은 마치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쓴 한편의 소설이다" "이것은 수사가 아닌 본인에 대한 사찰이다" 등 검찰을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특히 "나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면 일 좀 하겠다는 공직자들은 전부 죄를 쌓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적용한 주요 혐의를 정면으로 공격할 때는 검사들이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였다고 채윤경 기자는 전했습니다.

이날 재판에 피고인으로 함께 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소위 '사법농단'으로 알려진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점차 분열이 감지됩니다. 우선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박병대 전 대법관이 모여 재판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장관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하면 한일 외교 관계가 복잡해진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하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은 회의에 대해 "박 전 대법관이 알아서 다녀온 뒤 뒤늦게 보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전 대법관은 "이 정도의 자리를 사전보고도 않고 갔을 리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처럼 피고인들의 입장이 서로 달라지면서 재판부가 진실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재판 자체가 자꾸 지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기소된 지 4개월 만에야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절차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한 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인데요. 변호인단이 이번에는 'USB'를 문제 삼았습니다. 양승태 사법부 사법 농단의 핵심 증거는 서류입니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7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USB 속 문서 파일 1142개를 출력해 재판부에 증거로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파일 원본과 출력물이 같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공다솜 기자에 따르면 글씨체까지도 짚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문건들의 증거 능력 자체를 부인하는 동시에 재판을 계속 지연시키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대목입니다. "지금 재판장이 공정하지 않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임종헌 전 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은 오는 8월 10일이면 끝납니다. 지금의 재판 지연 전략은 불구속 재판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재판 준비와 방어에 유리할 테니까요. 이런 식으로라면 올해 안에 1심 판결 선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해 보입니다. JTBC 법조팀은 앞으로도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빠짐없이 취재한 뒤 소셜라이브를 통해 여러분과 공유할 예정입니다. 의미와 재미 모두 전하겠다는 공다솜 기자의 다짐을 기억하며 다음 '사법농단' 재판 특집도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소셜라이브 하이라이트 <6분순삭> 영상에는 '사법농단' 재판 관전 포인트 3가지와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첫 재판 풍경을 담았습니다.

(제작 : 김민지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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