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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마트 노동자 위한 '구멍 손잡이', 벌레 우려 무시한 탁상행정?

입력 2020-12-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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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면 회사든 사회든 변화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현장에서는 진짜 너무 좋아하고 있고요. 우리가 힘든 걸 알아주는구나.]

마트에서 하루 종일 물건 나르는 노동자들, 상자에 손잡이로 쓸 구멍만 뚫어줘도 숨통이 트인다며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상자 10개 나르면 7개는 손잡이가 없다고 합니다.

정부는 '착한 손잡이'란 이름을 붙여 더 늘리겠다고 방침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부작용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구멍으로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 엉터리 대책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 손잡이, 이런 문제 생각 안 한 탁상행정인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왜 이게 필요한 건지 준비한 영상부터 보시죠.

마트 노동자가 나르는 상자의 평균 무게는 11.4kg, 무거운 건 30kg까지도 나갑니다.

하루 동안 이런 걸 3백45차례 옮긴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별다른 손잡이 없이 상자를 들게 되면 손 어깨, 허리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구멍 손잡이를 뚫는 것만으로 허리 부담 10% 정도 덜 수 있고, 자세도 바르게 하면 최대 40% 신체 부담 줄어듭니다.

이렇게 노동자 건강 지키자는 취지는 알겠는데, 그러다 먹거리 담긴 상자에 벌레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고용노동부 지침 보면 '벌레 같은 위생상 우려가 있으면 손잡이 뚫지 마라. 대신 보조 도구 쓰거나 더 가볍게 포장하라'고 돼 있습니다.

사실 마트에서는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제품의 경우 이미 구멍이 뚫린 상자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 큰 문제 아니란 평가입니다.

[정민정/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이미 신선제품이라고 불리는 채소라든가 과일 이런 제품들은 다 구멍이 뚫려서 와요, 지금도. 왜냐면 오히려 그 물건들은 구멍이 없으면 신선도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일반 택배들인데 우체국 택배는 지난달부터 대형상자에만 구멍 손잡이 도입했습니다.

벌레 관련 민원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미국은 지난 2007년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상자에 구멍 손잡이를 만들라고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제야 구멍 손잡이 이렇게 하라고 지침 만들었는데, 외국에는 이미 표준으로 자리 잡혀있습니다.

구멍 손잡이 문제, 돈이 든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건강을 희생 시켜 온 대표적 사례입니다.

현행법상 5kg 넘는 물건 들 때 손잡이 쓰게 하라는 게 사업자 의무지만, 일터에선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 구멍 손잡이를 '착한 손잡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진작에 필요했던 '당연한 손잡이'라는 겁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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