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신축 아파트 탓 "온종일 밤 느낌"…일조권 침해 대가 70억

입력 2020-01-15 09:10 수정 2020-01-15 10:0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햇빛이 잘 들어오던 집이었는데 앞에 고층 아파트가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낮에도 불을 켜야 하게 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일조권을 침해 당한 게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합의금으로 제시한 건 80여 세대에 70억 원입니다.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아파트 옥상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은 햇빛이 들지만요, 바로 아래 가장 높은 층인 14층까지는 대부분 그늘이 져 있습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볼까요.

이 그늘을 만드는 건 앞에 들어서고 있는 고층 아파트 단지입니다.

최대 32층 규모로, 2년 전 재건축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말 완공됩니다.

[A씨/아파트 주민 : 하루 종일 밤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햇빛이 너무나 그립다' '단체로 우울증에 걸리겠다'…]

집 안 상황은 어떨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금 저희가 지금 카메라 조명을 켜고 촬영하고 있는데요, 잠깐 꺼 주시죠.

이 정도로 어둡기 때문에 낮 시간에도 불을 켜고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창 밖을 한 번 볼까요. 공사 중인 회색 건물이 시야를 가로 막고 있습니다.

[권이오/아파트 주민 : 성을 쌓아 버렸어요, 완전히. (나뭇잎) 떨어져 나가는 것 보세요. 우리 마음하고 똑같이 된 거죠. 꼭 지하실에 놓은 것처럼…]

건물이 본격적으로 올라간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B씨/아파트 주민 : 단풍 드는 것, 벚꽃 피는 것 다 보일 정도였고요. 햇빛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집이라서 '남향 중에서도 최고의 남향'이라고…]

80여 세대가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일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이 주민들에게 준 합의금은 약 70억 원, 가구당 적게는 4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가량입니다.

[앵커]

보신것처럼 건물이 올라가고 피해가 실제로 난 뒤에, 나온 법원 판결입니다. 건축을 허가하는 단계에서는 이 건물이 올라가면 일조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감정을 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박민규 기자가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주민들이 법원에 제출한 감정보고서입니다.

건물이 다 올라가면, 해 드는 시간이 얼마나 주는지 예측한 자료입니다. 

하루에 5시간에서 8시간이던 것이 평균 38분으로 줍니다. 

85세대 가운데 13개 세대는 아예 0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건축 허가 단계에선 의무가 아닙니다.

[윤규갑/재건축조합장 : (공사 시작할 때) 아무도 거기 이의를 달지 않았어요. 건축법에 하자 없이 지었음에도 부득이하게 피해가 발생했고…]

결국, 건축 뒤 문제가 생기면 소송을 하는 구조로 일조권 분쟁은 해결돼 왔습니다.

법원의 기준은 판례입니다.

일조량이 가장 적은 동짓날 기준으로 하루에 다 합쳐서 4시간, 또는 연이어 2시간 이상 해가 드느냐 이게 기준입니다. 

이 시간 못 채우면 '일조권 침해'라는 겁니다.

건축법에도 비슷한 내용, 명시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규제가 되진 않습니다. 

같은 공동주택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정이라서 지금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 분쟁은 막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승태/변호사 : 행정 당국에 재량을 많이 줘서 건축심의를 통해 건물의 높이, 배치를 조율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일조권 분쟁은 전국적으로 매년 10~20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재식·손준수·최무룡·홍승재)
(영상편집 : 배송희)
(영상디자인 : 최수진·이창환)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