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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입맛대로 자른 '사도광산' 역사…기시다 손에 달린 추천서

입력 2022-01-27 16:30 수정 2022-01-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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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1일까지로 예정된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천일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에겐 강제징용이란 아픈 역사가 있는 '사도섬(佐渡島) 금광'을 에도시대만으로 뚝 잘라,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앞서 '추천 보류'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일본 정부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자민당 보수파들이 '추천 보류 부당'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선 결국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의 손에 달렸다는 시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역사전쟁'이라는 아베, 그리고 기시다
 
'아베마스크'로 불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아베마스크'로 불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오늘(27일) 아베 전 총리가 또 한 번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팩스를 통해 사도광산과 관련한 자신의 주장을 알려왔습니다.

“내년으로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연기해서 등록가능성이 높아지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국측과) 역사전(?)을 벌이고 있는 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

사도광산 문제는 역사전쟁이라는 겁니다.

자민당 보수파들은 다른 의미부여를 하기도 합니다.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사도광산을 추천하지 않으면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보수층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겁니다. 다카토리 슈이치 의원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정부가 내릴 경우, 참의원 선거 전에 우리 당의 기반인 보수층이 떠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민당의 최대 관심사인 올해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까지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셈입니다.

최장 집권을 하다 건강 문제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아베 전 총리는 현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최대 파벌을 이끌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후 아베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역사 문제는 아베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내각 대변인은 “당사자간 대화” 언급

고도의 정치술일까요. 정작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내각 대변인은 조금 뉘앙스가 다른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전했습니다. 오노 히카리코 내각 대변인은 어제(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추천 문제와 관련해 “추천 전에 당사자간 대화를 촉구하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지침이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절차를 따져보면 이견이 있는 당사국 간에 대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긴데요.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국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등록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컨센서스(전원 의견 일치)에 따른 의사결정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통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7월 지침이 만들어졌는데, 추천서를 제출하기 전, 당사국간 대화를 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성 장관이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외교적인 배려는 전혀 없다”고 말한(25일) 바로 다음 날, 대변인 입에서 나온 온도가 다소 다른 이야기인 겁니다.

■ 결국 기시다 총리 손에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본 언론은 결국 기시다 총리의 손에 달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4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의중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2월1일이 추천 기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효과적인 대응을 결정하고 싶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사도광산 가치를 감안해 반드시 등록을 실현하고 싶다. 어떤 대응이 효과적일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6일) 도쿄의 중의원 임시국회에 출석해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늘(6일) 도쿄의 중의원 임시국회에 출석해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일본은 군함도 역사 왜곡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지난해 7월 “강한 유감”이라는 사실상의 경고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로서는 이번에도 섣불리 등재를 추진하기엔 녹록지 않은 상황인 데다, 사실상 전원찬성이라는 의견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일본 내에선 '한국이 2023년 위원회에 참여하기 전에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옵니다. 그만큼 셈법이 복잡해지다 보니 기시다 총리가 '효과적 대응'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군함도 역사 왜곡처럼 일본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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