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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봐주기?…경찰 "다시 살필 것"

입력 2020-12-21 19:12 수정 2020-12-22 10:54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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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직전인 지난달, 음주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내사 종결' 처리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봐주기 수사'를 했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경찰이 판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건을 다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랜만에 찾아온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코너 정치부회의의 화석 같은 코너 < 신 반장의 정치스쿨 > 입니다. 오늘(21일)은 한자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2001년부터입니다. 매 연말이면 교수 사회를 대변하는 언론 '교수신문'이 한 해 사회상이 담긴 '사자성어'를 선정하는데요. 올해의 사자성어은 약 33%의 득표율을 얻은 '아시타비(我是他非)'가 꼽혔습니다. 모르는 것 빼고 다 이시는 국장, 무슨 뜻일까요?

맞습니다. 옛부터 쓰이던 표현은 아니고요. 나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도덕적 잣대가 다를 때 쓰는 '내로남불'을 한자식으로 바꾼 일종의 신조어입니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의 변을 밝혔습니다.

뒤를 이은 성어는 '후안무치(厚?無?)', 약 22%를 얻어 2위입니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1위인 아시타비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3위는 신발을 신은 채로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의 '격화소양(隔靴搔痒)', 4위는 올해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 '첩첩산중(疊疊山中)'이 꼽혔습니다.

작년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 '입니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공명조라는 새는 뜻하는데요. 당시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2018년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고요.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엔,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세운다'는 뜻의 불교 용어,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는데요. 국정농단 사태를 촛불로 극복한 사회상을 담았습니다. 이 성어는 정치권에서도 여러 번 회자됐는데요.

[문희상/당시 국회의장  (지난해 8월 7일) : 적임자가 자리에 앉은 것 같아.]

[윤석열/검찰총장  (지난해 8월 7일) : 아 고맙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해서… 하여튼 뭐 의장님께서 좀 많이 지도를 주십시오.]

[문희상/당시 국회의장  (지난해 8월 7일) : 나가시기 전에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장되시는 분이 오면 내가 써드리는 거예요.]

[윤석열/검찰총장  (지난해 8월 7일) : 아 예. 고맙습니다.]

[문희상/당시 국회의장  (지난해 8월 7일) : 파사현정은 아실거고. (네.) 이런 심정으로…]

또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윤석열 총장에게 파사현정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문희상 전 의장이 했던 것과 맥락은 좀 다르지만요.

[추미애/법무부 장관 (6월 25일) : 검찰 스스로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목격하면서 과연 '파사현정' 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있었던가… 정권을 봐주기 위해서 엄호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아마 올해의 성어 '아시타비'도 이처럼 종종 회자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원뜻만 놓고 보면 이미 유행어처럼 쉼 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특히 정치권은 각자가 손에 쥔 이중잣대로 서로를 지적하기 바빴습니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7일) : 덩달아 감싸고 말이야.]

[김도읍/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10월 7일) : 내로남불도 유분수지.]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지난해 10월 7일) : 내가 조국이야? 내가?]

[이철희/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1월 2일) : 저희도 내로남불 하면 안 되지만, 야당도 내로남불 하면 안 되고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25일) : 내로남불에 적반하장입니다.]

[정호진/정의당 수석대변인 (지난 16일) : 내로남불 식의 논란과 갈등은 우리 국민에게 정치 불신을 심었습니다.]

오늘 정치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인사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이 내로남불, '아시타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차관은 취임 전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하죠. 지난해 법무부는 '도로 위 폭력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검찰에 지시를 내렸고, 당시 이 차관은 법무부에서 법률 검토를 관장하는 법무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뒤 한 달도 안 돼 차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이용구/법무부 차관 (지난 3일) : 공정하고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적법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정식 수사하지 않은 것도 논란입니다. 당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하고, 나중에 조사하기로 한 뒤 일단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택시 기사가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대로 내사 종결처리한 건데요. 지난 2월 광주지법은 가해자가 정차 중인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고,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던, 그러니까 이 차관과 매우 유사한 사건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엄벌했습니다.

[김형동/국민의힘 의원 : 경찰은 상식적으로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사하고 이 사건을 처리했어야 합니다. 경찰은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판례들을 들고 나와서 법무부 차관 수사에 면죄부를 주려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친문무죄, 비문유죄의 편파적 수사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시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직접 경찰청을 찾아 항의했고, "공수처 1호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또 일부 시민단체는 이 차관과 서초경찰서를 각각 폭행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 폭행을 적용한 판례 등을 모두 종합해 살펴볼 예정"이라며,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이 차관이 민간인일 때의 사건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 (장관님, 차관님 폭행 건은 모르고 인사 절차 진행하신 건가요?) 거리두기 지켜주세요.]

그리고 조금 전, 당사자인 이용구 차관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이 차관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또 향후 "경찰에서 검토를 하여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공직자가 된 만큼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올해의 사자성을 꼽은 교수들은 내로남불, 아시타비가 우리 사회를 대변하고 있단 사실이 서글프다면서,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감하는바 입니다. 내년엔 조금 더 희망찬 뜻이 담긴 성어를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내사종결 논란…경찰 "판례 다시 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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