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들과 관변 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도 아직 한 가닥 희망이 남아있다면서 북미 간 자제를 촉구했다.
25일 중국 지린대 쑨싱제(孫興傑)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결정은 매우 성급하게 내려진 것이어서 한국이 중재 외교를 하려고 했으나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견해차가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쑨 교수는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이 남아있고 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외교 성과이자 중간 선거의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면서 "북한에도 평화적으로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선 "미국은 이를 비핵화의 시작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비핵화 자체라고 여기므로 북미 간에 협상할 부분"이라면서 "회담을 진행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은 비핵화 문제에서 양측이 서로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향후 한반도 정세는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중국이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인 보증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 회담을 촉진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 뒤 북미 정상회담까지 취소한 것은 미국에 좋지 않다"면서 "이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와 중간 선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뤼 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이 정상회담에 대한 성의가 없다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돌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북미 지도자들이 향후 회담을 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쑤샤오휘(蘇曉暉)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보면 양측이 비핵화 목표에 있어 견해차가 크고 현재로선 조율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미국 측은 현재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상징적 의미에 불과해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한 몫 했다"면서 "최근 북미 접촉과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 非一日之寒. 얼음이 석 자나 언 것은 하루 추위에 다 언 것이 아니다)'이란 성어를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의 국ㆍ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한반도 정세에 큰 타격'이라는 제하의 공동 사설에서 "북미는 자제를 유지하고 과격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대치 국면으로 돌아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최근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미국인 인질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의 조치를 해 한반도에 완화 정세가 나타났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으로 봤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어떤 설명을 해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는 미국 정부가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이미지만 주면서 국제적인 신용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북미 양측이 회담을 못 해도 서로 자제해 최악의 국면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지속하고 한국도 미국이 북한에 최대한의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걸 막는 데 노력하길 바란다"면서 "지금은 냉정이 가장 중요하므로 괜한 화풀이는 누구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