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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3명 숨진 여인숙엔…저소득층 주거 실태

입력 2019-08-28 21:30 수정 2019-08-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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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난 불로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대로 된 소방 시설이 없어서 피해가 더 컸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여인숙의 안전 실태를 취재해봤습니다.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 있거나 비상구가 없는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여인숙 간판 뒤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이 불로 이곳에 묵던 70, 80대 3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19일 불이 난 전주시의 여인숙입니다.

지금 이곳은 정리작업이 한창입니다.

잔해를 보면 테이프부터 옷걸이, 신발들까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 타버린 부탄가스통들입니다.

현재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입구 쪽의 방화.

CCTV에 찍힌 인근 주민 60대 김모 씨가 용의자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한 여인숙의 상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오래된 목조 건물에 한 평 남짓 좁은 방.

창문에는 창살이 쳐져 밖으로 나갈 비상 탈출구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투숙객이 사용하거나 고물로 주워 온 부탄가스통들도 화재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잔해 더미에서는 까맣게 탄 가스레인지와 냄비와 같은 조리도구들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 머물던 사람들이 음식을 해먹고 살아간 흔적입니다.

잔해에는 소화기도 여럿 보였습니다.

하지만 살펴보니 소화기 바늘이 초록색 범위를 이미 한참 넘어섰습니다.

초록색을 벗어나면 사용 기한이 지났다는 뜻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가까운 또 다른 여인숙.

이곳에서도 부탄가스통과 오래된 소화기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화재경보기가 달려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투숙객 : (깜빡여서) 무섭다고. (화재경보기가?) 예. 그래서 떼어 가 버렸는데 그 양반들이.]

원래는 소규모 여관을 뜻하는 여인숙.

하지만 지어진 지 수십년이 지나면서 오늘날에는 보증금 없이 한 달씩 월세방을 내 주는 곳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여인숙 주인 : (하루에) 1만2000원. 그런데 그런 손님은 우리가 안 받지. 방세 월세 내야지. (여인숙 간판) 뜯어 버려야.]

좁은 골목에 여인숙이 줄지어 있는 서울의 여인숙촌.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건물에 한 두평 남짓한 방들이 붙었습니다.

창문은 작고 창살이 쳐져 비상 상황에서 탈출로가 마땅치 않습니다.

여인숙 열 곳을 둘러봤지만 화재경보기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여인숙 주인 : (혹시 스프링클러 이런 것도 설치해야 돼요?) 몰라. 그런 거 없어요 여기는.]

전북 남원소방서가 이 지역 여인숙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시작할 것인데요.

저희도 함께 가면서 어떤 위험 요소들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비교적 새 건물로 보이는데, 구석에 오래된 소화기가 눈에 띕니다.

[소방관 : 저희가 가져가서 폐기시켜 드릴게요. 제조일자가 너무 오래돼서 지워졌어요. ((휴대용 비상점멸등을) 손님이 떼어가서 가 버렸어.) 화재경보기는 법적 시설이에요. 방도 달고 여기도 달고.]

현재는 모든 주택까지 화재경보기를 반드시 달아야 하지만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건물 구조에서 나름대로의 화재 예방을 위한 자구책을 도입한 주인도 있습니다.

[여인숙 주인 : 재떨이는 유리로. 담뱃불을 끄지도 않고 거기다 집어넣어 버릴까 봐.]

많은 여인숙이 이제는 저소득층의 주거 공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반짝하는 대처만으론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턴기자 : 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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