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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이상 선물 금지에 농축수산업계 '침통'

입력 2016-05-09 17:43

"5만원 안 넘는 한우선물세트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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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안 넘는 한우선물세트 어디 있나"

정부가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농수축산업계가 된서리를 맞게 됐다.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 있는 한우와 굴비 등의 경우 시행령에 정해진 가격 내에서는 질 좋은 상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시행령 제정안을 13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공무원, 사립대학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식사대접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

평소 선물용이나 명절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고급 과일이나 축산물은 5만원 이하의 가격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화환의 경우엔 경조사비로 취급돼 10만원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화환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 동안 국회와 정부에서는 농축수산물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품질 좋은 국내산 농축산물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형평성 측면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시키는 것은 불발됐다. 이날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한우나 굴비 등 특정 품목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물가액이 5만원 수준에서 정해진 만큼 농축산물의 선물 수요는 큰 폭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설과 추석에 주로 판매되는 농축산물 선물은 5만원 이상의 매출이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한우선물세트는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설 기준 농협유통 양재점의 한우선물세트 가격대별 매출은 10만원 이하가 7%에 그쳤다. 10~20만원대가 35%, 20만원 이상이 58% 수준이다.

월별 매출을 봐도 설과 추석이 있는 달에는 평월과 비교해 과일은 2~2.5배, 한우고기는 1.6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시장개방으로 생산기반 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한우농가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고 봤다.

황 센터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한우를 5만원 이하 선물세트로 만들면 배송비도 안 나올 것"이라며 "최소한 10만원 이상은 돼야 (선물용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특히나 논의되던 선물가액 중 최하 수준인 5만원으로 상한가가 정해진 것에 대한 반발이 크다. 당초 과일과 한우세트 등은 10만원 이상을 금품수수 대상으로 하겠다는 방안이 알려진 바 있다.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대한한돈협회장)은 "배, 사과 한 상자는 물론이고 공산품도 5만원대 선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농가들이 반발할 것을 고려해 정부에서 일부러 낮은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정부의 소비진작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해 주는 등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

명절 연휴를 계기로 소비심리를 살려 내수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는 정책도 경제 부처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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