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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잡초 무성한 테마공원…관람객도 '외면'

입력 2016-08-3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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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지방자치 단체들이 최근 앞다퉈 각종 '테마공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로 지역 경제를 살려보겠단 겁니다. 그런데 많게는 수백억원 씩 들여 공원을 지어놓고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애물단지일 뿐인 곳이 수두룩합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화순군 모후산입니다. 산 입구 주차장 옆으로 음악 분수가 설치돼 있습니다.

음악 분수대 옆으로 관광객들이 직접 분수대 음악을 고를 수 있는 무인 선곡기가 설치돼 있는데요. 이렇게 표지판까지 떨어진 채 흉물로 방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는 관광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벤치가 설치돼 있는데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여서 잡초만 무성합니다.

모후산 생태 테마파크의 일환으로 화순군이 2010년 12억 원을 들여 만든 겁니다.

인근의 생태문화체험관도 몇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운영 예산이 없어 사업이 중단되면서 다른 활용 방안이라도 찾아야 했지만 시기를 놓친 겁니다.

[전남 화순군청 관계자 : 중단이 됐기 때문에 사실은 종합적으로 의견을 밝힐 부서가 지금 없습니다. (시설물) 일부 가동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남 장흥의 사상의학 체험랜드입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이곳 역시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시설물 관리도 제대로 안돼 연못에는 쓰레기가 둥둥 떠있고 나무 바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썩어 있습니다.

건물 내부 한쪽에는 술판이 벌어진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거의 없는 건 물론이고 인근 주민들조차 건물 용도를 잘 모릅니다.

[김귀선/전남 장흥군 관산읍 : 촬영장. 거기서 뭐 촬영하고 그런 곳. 안 들어가 봤어. 이제 들어가서 보려면 들어가겠지만 안 들어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장흥군은 중앙정부로부터 밭은 보조금 20억여원도 돌려줘야 하는 처지입니다.

지역 특산물인 배를 전면에 내세운 나주 배 테마마크입니다. 조성에 들어간 예산은 70억원.

그런데 당초 배 체험관 등이 들어서기로 했던 자리에는 시청 산하 기관만 입주해있습니다.

배테마파크 뒤편에 마련된 산책로입니다. 인공하천은 물이 모두 말라있는 상태고요.

산책로 한 켠에는 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추, 수수같은 밭작물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테마파크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기존의 배박물관 관리도 허술해졌습니다.

전시실 내부 조명 상당수가 꺼져있고 훼손된 채 방치된 전시물도 눈에 띕니다.

방명록에 기록된 방문객은 많아야 하루 네댓명이 전부입니다.

시청 측은 테마파크와 박물관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 중입니다.

[전남 나주시청 관계자 : 테마파크 새로 조성을 하면서 더 크게 만들려고 했었죠. 배 박물관도 이전해서 확대시키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 이전을 안 하기로 했어요. 양쪽 다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공원이 중복해서 들어서기도 합니다.

경북도청과 구미시청은 최근 800억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근처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조성 중입니다.

그런데 경북 청도군에는 이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 있는 상태입니다.

시민단체는 중복투자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최인혁 사무국장/구미 참여연대 : 청도에 새마을 공원이 있고 포항에도 그런 비슷한 건물이 많거든요. 운영비까지 감안한다면 사실상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렇게 치밀한 계획 없이 지어진 테마공원은 오히려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도 우려합니다.

[최근희 교수/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 선진국 같은 경우는 이런 일이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가 아직 유난히 심한 편입니다. (지자체) 경계선이나 그런 데다가 힘을 합쳐서 좀 규모도 크게 하고 서로 중복 투자가 안 되게 하는 식으로…]

보통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들여 지은 테마공원의 현실은 보신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민마저 외면하는 테마공원은 지역의 자랑이 아닌 애물단지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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