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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저렴·저소득층 배려" 한전의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16-08-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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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해외보다 우리는 전기요금이 싸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가 누진제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감세가 된다,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제도다, 라는 건데요. 취재기자와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2부 박현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도 싸다, 그리고 하나는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다, 정부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우선 해외 보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 단가 자체가 낮다는 건데요,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통계상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DP 자체도 하위권이기 때문에 실제 가계 소득 대비 전기 요금이 싸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한전이 해외보다 싸다는 논리외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주장이 저소득층을 위해서 누진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게 되면 저소득층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혜택은 중상위권 소득층에게 돌아가게 돼서 부자 감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면 그 논리들을 차례로 따져볼텐데. 일단 "해외에 비해 싸다"는 데 대해 진짜 해외 가정집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아까 말씀드렸듯이 통계상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OECD 평균과 비교 했을 때 60%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름철이 되면 실제 가정집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취재진이 미국, 영국, 일본 이런 다른 나라의 가정집의 고지서를 확보해 분석해봤습니다.

여름철에 현지에서 납부한 전기요금, 그리고 이를 원화로 환전한 가격을 산출했고요.

만약 같은 양의 전기를 한국에서 썼을 때는 어느 정도의 전기 요금이 나올지 산출해서 비교해봤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을 말씀드리면, 보통 여름철에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하루에 에어컨을 5~6시간씩 틀고 생활하면 660kWh 정도가 나오는데요.

같은 사용량을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를 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7만 원을 냈습니다.

여름철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2배 넘게 더 낼 수도 있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앵커]

저소득층을 배려하기 위한 것인다, 이것도 사실 현실을 따지다 보면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한전이 "해외보다 싸다"는 주장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논리가 "저소득층 배려"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전 홈페이지에도 1970년대 누진제 도입 취지를 사회적 취약계층인 저소득층 보호라고 명시해뒀는데요.

그래서 실제로 소득 분위별로 전기를 얼마나 쓰나 살펴봤습니다.

보통 소득분위 1~4분위까지를 저소득층으로 보는데요, 이분들 월평균 사용량이 모두 200kWh를 넘어 누진제 3단계 해당자였습니다.

누진제 1단계만 벗어나도, 그러니까 2단계에만 접어들어도 누진제로 인해 요금을 더 내는 처지인데요.

3단계라면 1kWh 요금이 60원에서 180원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치솟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누진제 1단계 분들도 이 정도의 요금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구 유형별로 분석을 해봐도, 자료를 분석해봐도 그렇고, 독거 노인 등도 집에 머무는 시간만 길다면 실제 중상위권 소득자로 분류되는 직장인들 만큼이나 전기요금 부담을 많이 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전은 누진제 1~4단계 해당자들에게는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올해만 해도 한전이 남긴 이익이 어마어마하다고 나오고 있는데.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데 어떻게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한전이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바가 누진제 요금상에서 누진제 1~4단계 해당자들한테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전이 말하는 이 원가 개념 자체를 따져봐야 하는데요.

보통 일반적으로 원가라고 하면, 순수하게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생각하시기 쉬운데요.

하지만 한전이 사용하는 총괄 원가의 개념은 일정 부분의 이익을 포함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투자에 대한 보수 등도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전이 원가만 건졌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상당부분 보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 2013년에도 감사원이 한전의 원가 산정 방식에 대해 부적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한전이 원가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데다가, 원가 회수율도 용도별로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고, 산정 방식 자체도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시는 것 들어보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따져봐야 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박현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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