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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직거래 '판매 이력' 믿었는데…해킹된 아이디

입력 2019-12-05 21:27 수정 2019-12-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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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 밀착카메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직거래 사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개인끼리 물건을 거래하는 직거래 시장의 규모가 연간 20조 원에 달하는 걸로 추정이 되는데요. 별의별 사기수법이 쓰이고 있습니다. 피해를 당해도 보상받을 길이 거의 없어서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고3 수험생이었던 A양은 수능 직후 직거래 앱 '번개장터'에서 게임기를 샀습니다.

시중가는 40만 원인데, 15만 원에 판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보냈지만 물건은 받지 못했습니다.

[사기 피해 수험생 : 이 좋은 매물이 다른 사람한테 먼저 넘어갈까 봐, 너무 조바심이 나서 바로 입금 가능하다고 해버렸죠. 넘어가 버릴까 싶어서 바로 입금하고…]

환불을 요구하자 안전결제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가짜 결제 페이지를 보내 추가금 결제를 유도했고, 심지어 알몸 사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학생 어머니가 전화하자 능욕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기 가해자 녹취/제보자 제공 : ○○하겠냐고요. (아저씨 무슨 말 하시는 거예요? 아니 애들한테 사기 치고 뭐 하시는 거예요?) 한번 □□시면 돌려드릴게요. 모텔 잡고 기다리세요.]

판매자의 신뢰도를 평가해보기 위해서 '더치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거나 과거 판매글들을 검색해보는 일이 그다지 유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사기꾼들이 훨씬 더 정교하고 대담하게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해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례인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생 B씨는 최근 서버 장치를 사려다 꼼짝없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판매자에겐 사기 이력도 존재하지 않았고, '중고나라'엔 정상적인 과거 판매 이력이 다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해킹한 아이디와 위조 신분증, 대포폰 등을 사용했던 것.

피해자가 수십 명씩 되는 카톡방이 생겨났지만, 가해자가 들락날락거리는 진풍경도 나옵니다.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둥 피해자를 우롱하고, 성범죄성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기 피해 대학생 : 다른 번호로 또 다른 명의 계좌로 싹 어떤 제품, 어떤 식으로 글 쓰고 '안심번호로 연락 주세요' 어느 정도 패턴이 보이니까… 단톡방 들어와서 기만하는 것도 그렇고 안 잡힌다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아요.]

직거래 장터에 '삽니다'라는 글을 올릴 경우에는 사기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하는데요.

제가 직접 직거래 장터에 사겠다는 글을 올려보고 어떤 사람들이 접촉해오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몇몇에게 연락이 옵니다.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이미 더치트에서 검색을 해봤을 때 등록된 피해 정보가 있기 때문에 사기꾼으로 상당히 의심이 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직거래를 유도를 하니까 굉장히 먼 곳으로 얘기를 해서 분명히 택배 거래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락하는 이들에게 직거래 지역을 달리 말했더니, 그 중 한명이 왜 지역이 바뀌냐고 되묻습니다.

사기꾼들끼리 여러 명이서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합동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상통화를 시도를 하면 아무도 받지 않거나 처음부터 거절하기 마련입니다.

최근엔 한 맘카페에서 물건 구매대행을 해주겠다며 수천만 원대의 돈을 챙긴 뒤 연락을 끊은 일도 벌어졌습니다.

처음엔 실제로 물건을 보내줘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사기 피해 맘카페 회원 : 나만 불안해하는 여잔가? 왜 여태까지 글이 안 올라오는 거지? 나만 못 받은 건가? 글을 쓰면서도 '이런 분 계세요?' 이러면서 글 썼는데…]

직거래 사기는 피해를 당해도 관련법이 없어 보이스피싱처럼 은행을 통해 상대 계좌를 제한할 수 없습니다.

사기 가해자를 잡는다 해도 변제는 민사의 영역, 지난 3년간 직거래 사기는 경찰 신고 건수만 22만 건에 달합니다.

직거래 규모는 연간 20조 원 시장으로 커졌지만 여전히 사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중개 회사나 커뮤니티 등 그 누구도 책임지거나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롯이 피해자에게만 전가되는 상황,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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