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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도 제대로 못 쓰는데…임신중 육아휴직, 진짜 쓸 수 있나?

입력 2016-04-27 16:01

출산 후에도 눈치 보이는데 현실성 적어

육아휴직 임신 중 당겨쓰면 출산 이후에 고민

고용부 "엄마 육아휴직 쓰기 힘들면 아빠가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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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에도 눈치 보이는데 현실성 적어

육아휴직 임신 중 당겨쓰면 출산 이후에 고민

고용부 "엄마 육아휴직 쓰기 힘들면 아빠가 쓰면 된다"

출산 후에도 제대로 못 쓰는데…임신중 육아휴직, 진짜 쓸 수 있나?


정부가 임신 기간 중에도 탄력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회적으로 고령·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임신 중 근로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여성이 퇴사하고 난 뒤 경력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산의 위험을 넘길 수 있도록 근로자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론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고위험 산모, 육아휴직 '당겨쓰기' 가능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2.2세로 10년 전인 2005년(30.2세)보다 2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도 전체의 23.8%를 차지해 2005년 10.6%와 비교하면 비중이 12%포인트 넘게 늘었다.

취업이 쉽지 않고 집값이 치솟다보니 결혼도 늦어지는 풍조에서 고령 산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임신을 하더라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고위험군 산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임신 기간 중 유산기가 있거나 조산 위험이 있어 일을 쉬어야 할 경우 공무원과 교사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신휴직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민간 기업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민간은 자율시행에 맡겨 대부분의 사기업 근로 여성들은 아기를 지키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파다하다.

이 같은 폐해를 바로잡고자 현재 출산 이후에만 쓸 수 있는 1년 간의 휴직을 임신 기간 중에도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 기간 중 유산의 위험이 있어 5개월을 미리 당겨썼다면 출산 이후에는 출산 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에서 남은 7개월을 합쳐 10개월을 쉬는 식이다.

모성보호를 위해 근로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실제로 임신 기간 동안 휴직을 하는 풍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신 기간 중 휴직 제도가 별도로 마련되면 좋겠지만 외국에서도 관련 제도를 찾아보기는 힘들다"며 "자칫 돌려막기식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유산 가능성이 높을 경우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게 근로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산의 위험이 높다면 당장이라도 휴직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시행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여성 근로자의 약 95%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인력 운용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로 기업에서는 반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당겨쓰면 갓난 아이는 어떡하지?

육아휴직제도가 법적으로 마련돼 있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법전에나 있는 제도' 쯤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육아 휴직을 강제하지 않는다면 출산 전이든 후든 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산 이후에도 법에 보장된 휴직기간 1년을 보장해 주지 않는 회사에서 임신 중 부재까지 용인해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은 "육아휴직은 공무원, 대기업, 금융권에서나 쓸 수 있는 꿈 같은 제도"라고 여기는 상황이다.

회사원 김민지(31)씨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을 다 쓰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데 임신 중 휴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나 역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네 달밖에 못 쉬고 회사에 복귀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이 아이가 어릴 때 돌봐줄 사람을 찾기 힘들어 최대한 출산 이후 기간을 길게 남기고 휴직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한정된 기간을 나눠 쓰는 것이 '조삼모사' 식 정책운용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신기 휴직을 한 만큼 휴직 기간 자체를 늘려주는 것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현행 1년의 기간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과 전반적 모성보호 수준 등을 고려해 따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고용부 관계자는 다소 황당한 답도 내놨다. "엄마의 출산 후 육아휴직이 짧아지면 아빠가 쓰면 된다"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엄마·아빠 합해 육아휴직을 14개월간 쓰지만 우리 나라는 각각 1년씩(2년을) 쓴다"며 "왜 여성만 육아를 해야 하느냐. 여성이 모자르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답했다.

최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아빠가 늘면서 올 1분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1381명으로 전년(878명)보다 57.3% 늘긴 했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은 아직 6.5%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분모를 육아휴직자가 아닌 전체 남성 근로자로 넓혀본다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란 얘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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