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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 공민서 어머니 "고통 견뎌내는 강한 아들"

입력 2014-08-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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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 공민서 어머니 "고통 견뎌내는 강한 아들"


시구 공민서 어머니 "고통 견뎌내는 강한 아들"


시구 공민서 어머니 "고통 견뎌내는 강한 아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들이 평소 우상으로 삼던 이의 손을 붙잡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한데 아들은 정말 멋지게 공을 던졌다. 누구보다 그 모습이 가장 뭉클했던 이는 공민서(13)군의 어머니 김은미(47)씨다. 김씨는 "민서가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그렇게 던지기 위해서 거리와 각도 등을 고려하며 홀로 많이 노력했다"고 대견해했다.

김씨는 "민서가 항암치료에도 4차례나 병이 재발했다"며 "11살 때 결국 시력을 모두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양이 뇌 혹은 뼈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고 최근에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민서 군은 또래 친구보다 더 의젓하다. 김씨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고통을 잘 견뎌내는 강한 아이다. 그래서인지 어른스럽다"고 얘기했다. 이어 "앞이 안 보여 많이 짜증날 텐데 '차라리 나쁜 것 안 봐서 속 편하다' '눈에 뵈는 게 없다'고 농담도 할 만큼 밝다"고 했다.

그런 민서 군에게 시구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김 씨는 "어제(24일)는 정말 좋아하더라"며 "본인도 실감이 안 난다고 하더라. 게다가 이승엽 선수가 홈런 약속을 지켜 더 기뻐했다"고 전했다.

민서 군은 눈이 아닌 귀로 야구를 본다. 그렇지만 열정만큼은 보통 팬을 능가한다. 김씨는 "민서가 한쪽 시력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10살까지는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며 "축구는 해설을 들어도 완전히 즐길 수 없는데 야구는 눈으로 안 봐도 다 느끼고 알 수 있다며 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규칙을 찾고 선수 정보를 파악했다. 김씨는 "요즘은 라디오를 통해 야구를 즐긴다. 삼성 경기는 대부분 라이브로 챙겨보고 다른 경기도 인터넷 하이라이트 등을 찾아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프로필을 검색해 신장, 몸무게, 가족관계도 줄줄이 다 외울 정도다. 심지어 메이저리그도 찾아본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지금처럼 씩씩하게 성장하길 희망한다. 민서 군의 장래희망은 특수교사 선생님이다. 현재 민서 군은 시각장애학생 기관인 대구 광명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민서가 누구보다 아픔을 빨리 경험했고, 많이 겪었다. 봉사도 힘든 사람이 더 많이 할 줄 안다고 하지 않나"며 "민서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 한다. 사회에서 받은 사랑과 정성만큼 나중에 이를 꼭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형석 기자 ops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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