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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스팸 넣지 마세요!'

입력 2019-12-05 21:20 수정 2019-12-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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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인파는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떡 다섯 개물고기 두 마리를… 무리에게 주니… 먹은 사람은 오천 명이나 되었더라"
- 마태복음 14장 19~21절

주린 자들을 위해서 준비된 음식은 다섯 덩이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예수의 기록.

허기진 오천 명의 군중은 빵과 물고기를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 마태복음 14장 20절

아니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의 음식이 남았다고 하니…

한때 유행했던 그 단어를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창조경제' 라고나 해야 할까…

한편 백 스물세 명이 나눠 먹은 두부 3분의 1모, 계란 세 개로 끓인 백인분의 계란국.

이것 역시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했던 사람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식판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급식비를 빼돌린 일부 비양심적인 운영자도 문제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니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급식비가 22년째 그대로였다는 사실.

그러나 국회는 느긋했습니다, 아니 냉정했지요.

"스팸 넣지 마세요"

문자를 받은 국회 예결위원장은 여기에 더해서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는데…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백 통을 계속 보내니 그만 보내라는 의미로 답장한 것"
- 김재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쏟아지는 문자와 전화 때문이었다' 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학부모의 요구를 '스팸' 취급하며 내려다본 그 언행에 마음은 썩 개운치가 않습니다.

더구나 힘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수백억 원의 민원성 예산들이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것이 바로 엊그제(3일)였습니다.

오천 명 군중의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 오병이어의 기적.

실은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보다 더 주린 사람을 위해서 품에 있던 음식을 내놓았고 아예 타인을 위해서 먹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기적이 아니었지만 기적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자신보다 타인의 고통을 먼저 헤아린 사람들의 그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반면 오늘도 어딘가, 식판 위에서 행해지고 있을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과 그 애타는 부모들의 마음을 그저 짜증 나는 '스팸'으로 치부해버린 허기진 정치의 마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자료 : 정치하는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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