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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마스크 쓴 채 현장 뛰는 노동자들…동행 취재

입력 2020-06-10 20:16 수정 2020-06-10 22:52

땀도 숨도…마스크 쓴 '폭염 노동' 심박수 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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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도 숨도…마스크 쓴 '폭염 노동' 심박수 재보니


[앵커]

일터를 파고든 무더위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어제(9일) JTBC는 에어컨도 없이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보도했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올해 예보된 폭염 일수는 20일에서 25일로 평년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 노동자들은 잠시 마스크를 내릴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수진, 조소희 기자가 땀에 젖은 마스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꿔 써야 하는 노동자들을 따라가봤습니다.

[이수진 기자]

지금 경기도의 한 우체국에 나와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쓰고 일해야 하는 집배노동자들은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집배 업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집배노동자의 하루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하루 동안 등기 118통, 일반 우편 46개를 배송해야 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도 등기는 대면 배달이 원칙입니다.

[이정용/13년차 집배노동자 : 안녕하세요?]

때문에 집배원에게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

계단을 빠르게 오르내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기를 수십 번 반복합니다.

그래도 오전에는 뛰지 않으면 심박수가 100 이하를 밑돕니다. 

낮 12시,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폭염 땐 한 시간에 10분에서 15분씩 쉬라는 지침이 있지만,

[이정용/13년차 집배노동자 :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1시간에 15분 쉴 수도 없고 쉴 데도 요즘 없어요, 너무 더워서.]

그늘 아래서의 점심식사 시간 30분이 유일한 휴식입니다.

가장 더운 오후 2시, 집배원의 호흡이 가빠집니다.

[이정용/13년차 집배노동자 : 등기 하나 왔고요.]

오전과 달리 더위로 인한 압박이 시작되고 달리지 않아도 심장이 1분에 120번 가까이 뜁니다. 

[이정용/13년차 집배노동자 : 몸이 되게 뜨거워요. 숨이 좀 막혀서.]

그러나 태양을 막는 건 모자 하나. 다음 배송지로 달려갑니다.

오후 3시 반, 배달을 시작한 지 6시간 반이 지나서야 마지막 배송을 마쳤습니다.

성인 남성이 약간 빠르게 뛸 때와 비슷한 심장 압박이 2시간 가까이 이어집니다.

오늘보다 앞으로 더위가 더 걱정입니다.

[이정용/13년차 집배노동자 : 머리도 좀 띵하고, 가면 갈수록 더 힘들 거 같아요. (나이 많으신 분들은) 더 힘드시겠죠, 저도 이 정도인데.]

[김철홍/교수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 :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호흡이 더 빨라져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야하는데 그걸 마스크로 막고 있으니까, 두 배 세 배 더 힘들어지는 거죠]

집배노조는 수신인이 받지 못하면 2번까지 대면 배달을 시도해야 하는 현재 배달 기준을 1번으로 완화하고 꼭 대면이 필요한 등기가 아니면 비대면으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조소희 기자]

서울시 응암동 지역을 맡고 있는 가스검침원 김윤숙 씨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폭염에 김씨를 힘들게 하는 건 과거 기억입니다.

[김윤숙/가스검침원 : 2018년인가요. 폭염으로 인사 사고가 많았어요. 그때도 제가 쓰러졌거든요.]

당시 회사의 반응도 김씨에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김윤숙/가스검침원 : 병원에 갔는데 링거를 맞고 있었어요. 관리자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왜 더운데 나가서 일을 했냐'라는 거예요.]

코로나19로 마스크에 장갑, 모자까지 김씨가 체감하는 온도는 더 높습니다.

땀이 마를 겨를이 없습니다.

김씨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스트레스입니다.

[김윤숙/가스검침원 : 유리판 좀 닦아주세요. 안 보여.]

이번달 김씨에게 할당된 검침만 2000건, 평일 기준 하루에 100건씩 해야 끝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과 5월 검침을 하지 못 하면서 석 달치가 몰린 겁니다.

[김윤숙/가스검침원 : 한 달에 갈 수 있는 건 700, 500건. 그래서 힘들게 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이번달부터 도시 가스 공급 규정을 개정해 여름 검침은 두 달에 한 번씩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지역도시가스 관계자 : 하절기엔 두 달에 한 번 검침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검침원들의 소속이 하청업체이다 보니 정작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혜·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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