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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추행 피해자들 "재판부가 전 교수에 면책특권"

입력 2015-05-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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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 강모(54)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로 꾸려진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이하 피해자X)'가 14일 강 전 교수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피해자X는 "재판부가 양형의 근거로 피고인의 혐의 인정과 합의, 파면을 들었으나 피해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검찰의 항소를 바라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이날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제자 9명을 11차례에 걸쳐 상습 추행한 혐의(상습강제추행)로 구속 기소된 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강 전 교수에게 16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9명의 피해자 중 2명의 피해자 공소는 기각하고 7명에 대한 상습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피해자X는 "학교의 파면 처분은 법적 처분과 별도의 것으로 범죄자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교수의 지위가 범죄에 이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면을 감형의 사유로 하는 것은 교수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전 교수는 피해자들에게는 어떠한 반성과 사과의 말도 전달하지 않았으나 재판부에는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했다"며 "이는 감형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강 전 교수는 지난 3월2일부터 지난 4일까지 4차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 13일에는 피해자가 강 전 교수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반성문의 내용을 봐도 본인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친밀하게 생활하려는 의도',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방식',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등 단순히 판단착오나 교만함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강 전 교수는 다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계속적, 반복적으로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강제 추행의 방법이나 정도 등을 비춰볼 때 피해자들이 느꼈을 두려움 내지 배신감, 치욕 등 정신적 고통 등은 짐작이 가는데도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 용서를 받지 못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상습성을 제외한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하고 있고 학교에서 파면 처분을 받아 더는 강단에 설 수 없게 됐다"며 "또 추행 정도가 심했던 피해자 한명이 지난 5월12일 합의서를 제출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점은 긍정적 양형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성격 자체가 상습적이고 기소하지 않은 피해자도 여러 명 있어 죄질이 안 좋다고 판단해서 5년을 구형했었다"며 "양형에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항소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서울대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자리가 없어 문 앞과 복도까지 빼곡히 서서 재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선고가 내려지자 한 여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여성은 엘리베이터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는 "검찰이 구형한 5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의 선고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확히 반토막이 났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양형이 아닌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일 서울대학교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강 전 교수를 파면하기로 했다. 파면은 강제로 교수 직책을 박탈하는 학내에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파면이 확정되면 5년간 공무원 및 교원 임용이 금지되며,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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