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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환경보호? 주민생존? 우포늪 물막이에 고인 갈등

입력 2015-03-19 21:04 수정 2015-03-1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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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포늪을 잘 아시겠죠? 원시자연이 잘 보존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세계적인 습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포늪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 사이에 마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포늪 한 켠에 작은 물막이 때문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나와있습니다.

공룡이 살았던 1억 4000만 년 전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주변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강물이 흘러들어 생성된 곳입니다.

'살아있는 생태계 박물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새들과 곤충, 수중 식물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쪽을 보시면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흙을 잔뜩 깎아서 밑에 깔아 놓은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바로 우포늪 본 늪에 있는 물이 자연스럽게 인근 하천인 토평천으로 흐르는 길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흙이 잔뜩 쌓여있기 때문에 물이 전혀 흐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지난해까지 우포늪에는 2개의 물막이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2011년에 설치된 건데, 인공적인 물막이는 안 된다던 환경단체의 반발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졌던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중 한 곳의 물막이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호민 과장/낙동강유역환경청 : 저희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지 않겠습니까. 손으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인데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까.]

물막이가 사라지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되면서 어업을 재개해야 하는데 물막이가 없으면 수위가 계속 낮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인근 주민 : 못하지 뭐. 물이 없으면 고기도 없어져 버리고 배도 못 타지.]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물막이 보수 공사를 허가했습니다.

결국 지난 12일 주민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흙으로 물길을 다시 막은 겁니다.

[문병익 주무관/낙동강유역환경청 : 그날 지역민들 도움받아서 (물막이 재설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협의된 수준 이상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제가 급하게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주민들이 좀 더 높게 쌓으려다 보니까요?) 네, 그런 과정에서 지역 환경 운동가 선생님과 잠깐 몸싸움이 있었고요.]

그러나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은 물이 흘러가도록 물막이를 다시 짓지 말자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인식/우포늪자연학교 교장 : 어민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되면 물고기가 올라오질 못합니다. 아래가 낙동강이잖아요. 물길을 막았잖아요. 저분들은 단순히 이걸 높이면 저 안에 물을 담을 수가 있으니까 물고기를 (더 잘 잡고) 자기 배를 띄울 수 있다는 그 이유일 것이고요.]

갈등이 커지자 긴급 회의까지 소집됐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각 개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각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무원과 지역 주민, 환경단체와 전문가들 테이블에 앉아 2시간 가량 의견을 나눴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성영길 이장/경상남도 창녕군 소목마을 : 결론은 협의체와 저희 마을주민이 관청하고 같이 추후에 직접 조사를 해서 다음에 의논해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우포늪 안내판에는 습지보전법 등에 따라 수위 또는 수량을 바꾸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물막이를 설치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김호민 과장/낙동강유역환경청 : 과거에 이미 합의된 부분이라 (물막이 재설치 과정에서) 실수를 했지만 오늘 다시 협의체 회의를 거쳤습니다. CCTV든 카메라든 저희가 사후약방문이지만 (물막이 훼손 방지 등) 그런 관리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우포늪은 231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300개를 합친 것보다 큽니다. 그래서 '이 작은 물막이 공사가 뭐 그리 큰 일이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칙과 기준, 합의 절차 없이 이렇게 갈등만 쌓이다보면 어느덧 이 거대한 생태계는 병들어 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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