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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짠 분유로 길들여진 세살 입맛, 여든까지?

입력 2014-10-09 22:27 수정 2014-10-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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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품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워낙 국민들의 관심사다 보니 국정감사의 단골메뉴입니다.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왔죠,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나트륨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다, 기준치를 초과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는 분유를 먹다 보니 나이 들어서까지 짜게 먹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되고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여기에는 논란이 많이 있더군요.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얘기인데,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 오늘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선 어느 정도 들어있다는 건지 체크해볼까요?

[기자]

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실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분유제품들을 조사해 봤더니, 보시는 것처럼 6개월 이하의 영아가 먹는 분유제품들에 하루 충분섭취량을 초과하는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는 겁니다.

조사는 시중 4개 제조회사의 27개 제품을 대상으로 했으니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대상으로 한 건데요.

적게는 107%에서 많게는 183%까지,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제품에서 충분섭취량보다 많은 나트륨이 포함돼 있었다고 공개한 겁니다.

과다한 나트륨 섭취가 고혈압이나 위암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잘 알려져 있죠? 영아 때부터 이렇게 자극적인 분유 맛에 길들여진다면 식습관 개선이 상당히 어렵게 된다, 이게 인재근 의원실의 주장인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게 사실인 건가요? 모든 제품이 그렇다면 피할 수도 없잖아요.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군요.

[기자]

이에 대해 당장 분유업계와 관련 학계에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나트륨은 모유에도 포함되어 있는 필수 영양성분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논문들을 직접 찾아봤는데요, 그랬더니 실제로 모유 안에 이렇게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시중에 팔리는 6개월 이하 영아용 분유를 보면 나트륨 함량이 100㎖당 17~22㎎이거든요. 논문을 보니 수유기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실제 모유에도 13~32㎎ 정도까지 나트륨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모유에 들어있는 나트륨양과 분유에 들어있는 양이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수치를 보면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하도 나트륨이 안좋다고 하니까, 사실 소금을 평소에도 너무 많이 먹는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선 그 정도라도 안 먹는 게 나은 것 아니냐, 더 줄이는 게 낫지 않냐…이건 어떻게 봅니까?

[기자]

억지로 나트륨을 과다하게 추가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어느 정도의 나트륨은 생존에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특히 아기에게는 오히려 성인보다 나트륨 섭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직접 한번 듣고 가시죠.

[박승용/한국유가공기술과학회 회장 : 그게 과다하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적정수준으로 들어 있는데 사람들이 일정하게 기준을 만들고 그걸 적용하다 보니까 그런 착오가 생기는 경우라고 봐야겠지요. '제품이 잘못됐다'라고 보기는 좀 어렵고요. 일정한 필요량이 있는 거거든요. 만약 '소디움(나트륨)이 인체에 필요없다'라고 한다면 뭐하러 우리 인체 구성물질로 들어있겠어요.]

[앵커]

이번 조사는 국내제품을 기준으로 한 건데, 그럼 외국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럴 때면 항상 관심이 가게 되는 게 수입제품인데요. 아기 키우는 부모님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제품들을 직접 조사해봤습니다.

성분표기를 보니 뉴질랜드산 C제품은 나트륨양이 24.5㎎, 독일 A제품은 17㎎, 미국 E제품은 27㎎, 프랑스 N제품은 18.2㎎. 좀 전에 국산 분유는 17~22㎎이라고 했는데요, 거의 비슷한 수준의 나트륨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인재근 의원실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다 기준치보다 넘어간 걸로 돼 있잖아요. 다 이 정도 들어있고, 모유에도 그 정도 들어있다면, 기준치가 잘못된 것이냐는 생각도 할 수 있겠네요?

[기자]

예, 그래서 기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보통 우리가 영양소 섭취 기준을 이야기할 때 쓰는 기준이 이 4가지입니다.

보통 이거보다 많이 먹으면 안 좋다, 판단할 때 쓰는 게 상한섭취량인데, 우리나라에서 나트륨의 경우는 WHO 기준에 따라 충분섭취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인재근 의원실도 이걸 기준으로 했고요.

충분섭취량은 건강한 사람들이 보통 섭취하는 양의 중앙값, 말 그대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현재 6개월 이하 영아의 경우, 하루 나트륨 충분섭취량 기준이 120㎎입니다. 미국 국립연구회의(NRC)에서 영아들이 하루 이 정도의 나트륨은 섭취해야 한다고 제시한 게 115~350㎎이거든요.

조금 전 충분섭취량 기준으로 120㎎이라고 말씀드렸지요? 즉 학계에선 지금 기준에서도 우리 분유의 나트륨 함유량, 문제없다고 보는 겁니다.

[앵커]

업계와 학계 모두 인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한 셈인데, 인 의원 측에선 뭐라고 합니까?

[기자]

인재근 의원실에선 충분히 그렇게 반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정하면서도, 나트륨 과다섭취와 관련해서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문제 제기한 거다, 이참에 영유아의 나트륨 섭취와 관련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제 제기'와 '주의 환기'…국감의 중요한 기능이죠. 하지만 전 국민이 지켜보고, 또 민감한 아이들 건강문제 아닙니까? 지나치게 불안감만 주는 문제 제기는 아닌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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