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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망사고 다음 날…또 쓰러진 외주 노동자

입력 2020-06-10 22:56 수정 2020-06-1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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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에 대해 연이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폭염이 시작된 어제(9일) 현대제철 공장에서 외주업체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진 뒤에 숨졌습니다. 동료들은 "작업장 온도가 40도를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작업장에서 역시 외주업체 노동자가 쓰러졌습니다.

여성국 기자입니다.

[여성국 기자]

취재진이 입수한 현대제철 당진 공장 내부 영상입니다.

쉰네 살 박모 씨는 어제 오후 공장 내 크레인의 냉장 장치를 고치다가 쓰러졌습니다.

박씨는 외주업체의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A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외주업체는 현대제철에서 (일을) 무조건 빨리 시켜요. 작업이 끝나야 라인을, 생산을 다시 할 수가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한 외주업체 소장이 박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습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고 직후 측정한 현장 온도가 섭씨 43도였다"고 말했습니다.

[B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거기는 1년 365일 덥습니다. 여름에는 더 덥고 70도까지 올라갑니다.]

노조는 박씨가 고온에서 작업하다가 탈수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또 다른 작업장에서 외주업체 노동자가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이 노동자는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C씨/현대제철 외주업체 노동자 : (동료분은 더워서 쓰러지신 거예요?) 네. (작업하시다가?) 네.]

현대제철 당진 공장 인근 병원 관계자는 이런 일이 매년 되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 매년 열나고 쓰러지고 하시는 분들은 계신데 올해 특별히 (취재) 하시려는 목적이 있으십니까?]

경찰은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현대제철 측은 "박씨의 건강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검 결과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습니다.

■ '치료 이력' 주장하지만…앞뒤 안 맞는 현대제철

[앵커]

현대제철은 숨진 노동자가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숨진 이유는 부검 결과까지 봐야 하지만, 회사의 말을 뜯어보면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내부 지침을 보면 건강이 안 좋은 노동자는 미리 위험한 작업에서 빼도록 돼 있습니다.

이어서 채윤경 기자입니다.

[채윤경 기자]

사고가 일어난 곳은 30m 높이의 작업장입니다.

혈압, 혈당이 높거나 건강이 안 좋은 노동자는 높은 곳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일을 못 하게 돼 있습니다.

회사 주장대로 박씨의 건강이 안 좋았다면, 애초에 작업에서 제외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B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이분이 돌아가시니까 '건강상 이상이 있어서 그렇다…' 건강상 이상이 있는 걸 알았으면 미리 막아야지, 왜 안 했냐 이거예요.]

현대제철 측은 "박씨가 치료를 받았고, 직업의 자유 침해가 될까 봐 현장에 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JTBC가 입수한 현대제철과 외주업체의 안전작업점검표엔 감전과 전도에 주의하라고만 돼 있습니다.

현장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어서지만, 탈진이나 탈수현상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D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헬멧 쓰죠. 마스크 쓰죠. 방역복 다 입고 하죠. 탈진돼요. 저희는 식염수를 안 먹으면 저희 직원 중에서도 게거품 물고 쓰러지고 온몸이 마비가 돼서 와서 쓰러지는 경우 많거든요.]

현대제철은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휴식과 물 비치 등의 수칙은 지켰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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